[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환해진 흑의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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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딩웨이 9단 ●·이창호 9단

제7보(64~81)=‘두뇌’와 ‘몸’을 비교할 때 몸이 먼저 발달하고 두뇌가 뒤를 따른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바둑과 스포츠를 비교하면 그 반대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두뇌가 몸보다 3년 정도 먼저 발달하고, 정점에도 3년 정도 먼저 도달하며, 쇠퇴의 시작도 3년 정도 빠르다는 게 내 생각이다. 수십 년간 바둑을 관찰하면서 느낀 것이다. 바둑의 경우 14~15세면 상당한 수준에 달할 수 있고 25세엔 정점에 이르러 몇 년 수평을 달리다가 내리막에 접어드는데 그 나이가 스포츠보다 빠르다(순전히 개인적인 소견일 뿐 학문적 연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훈현 9단이 만 50세에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다시 보기 힘든 기적인 셈이다.

박영훈 9단에 의하면 전보의 백△에 이어 64로 끌고 나온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딩웨이 9단은 ‘공격’과 ‘집’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71, 73으로 거꾸로 밀린 끝에 80까지 상변과 연결했는데 이 과정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을 준다. 81이 천하의 명당으로 미생마인 흑은 중원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잡게 됐다.

딩웨이가 좀 더 공격적이고 거친 싸움꾼이라면 ‘참고도’ 백1, 3의 선공으로 나왔을 것이다. 하나 흑4에 좌변이 엷어지고 A쪽도 허술해 보통 배짱으로는 채택하기 어렵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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