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 징용자 동원 아편 생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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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쿄〓남윤호 특파원]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중국인을 중독자로 만들 아편을 생산하기 위해 사할린에서 한국인 징용자들을 동원, 1945년까지 정책적으로 양귀비를 대량 재배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쟁 중 중국에서 아편을 밀매해 거액의 공작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지 마약중독자를 의도적으로 늘려 항일운동을 억제한다는 일본 정부의 이른바 '독화(毒化)정책' 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전후 사할린의 한국인들 사이에선 중증 아편 중독자 및 사망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지금까지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신문이 사할린 연구가인 스기무라 다카오(杉村孝雄.70)로부터 패전 이전 일본 사할린청 중앙시험소 농업부 보고서를 입수해 최근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32년 사할린청 중앙시험소는 양귀비에서 채취한 아편을 약용이 아닌 마약용으로 제조키로 했으며, 33년엔 중국 반출을 위해 아편연구기관이 설치돼 있는 대만총독부에 견본을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또 사할린청은 약 1백㏊ 규모의 양귀비 밭을 조성, 양귀비 재배와 아편제조에 다수 한국인 노동자들을 동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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