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 나르고 못질한 이회창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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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막일' 을 했다. 무주택자를 위한 집짓기 행사에 참석해서다.

李총재는 8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평화를 여는 마을' 건설현장을 찾았다. '사랑의 집짓기운동 연합회' (Habitat for Humanity Korea.鄭根謨이사장)는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이곳에 32채의 서민용 조립주택(16평형)을 건축 중이다.

영호남 접경지역인 이곳에 주택이 완성되면 16가구씩의 영호남 무주택 서민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1천여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李총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작업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집짓기에 참여했다.

그는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합판과 목재를 나르고, 벽에 드릴로 나사못을 박았다. 그러다가 2층 지붕에 올라가 못질도 했다.

정근모 이사장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해비태트 운동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고 설명하자 李총재는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도 이런 좋은 일을 하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고 말해 주변에서 폭소가 터졌다.

李총재는 1시간의 작업을 마친 뒤 1천만원의 성금을 내놨다.

당 자금사정이 신통치 않아 이날 행사에 동참한 박희태(朴熺太)부총재.주진우(朱鎭旴)비서실장 등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은 돈이라고 한다.

朱실장은 "한나라당이 짓는 주택에는 딸 둘을 둔 순천 출신의 주부 가장이 입주할 예정" 이라며 "바로 옆집은 영남 출신 무주택자를 위해 민주당이 짓고 있다" 고 귀띔했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9일 행사장을 찾을 예정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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