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V 속 스타 캐릭터들, TV 밖으로 달려나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 MBC ‘무한도전’의 열혈 팬인 A군은 최근 싸이월드 미니 홈페이지를 ‘무한도전’ 캐릭터로 새 단장했다. 미니미(홈페이지 메인 캐릭터)를 ‘찌롱이’ 노홍철로 바꾸고, 뉴욕 특집 하이라이트를 ‘플래시콘’으로 구입해 홈피 대문을 장식했다. 친구에겐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쓰라고 6인 캐릭터 단체 샷을 기프트콘으로 선물했다.

# 여대생 B씨는 요즘 영상만화 『미남이시네요』에 푹 빠졌다. SBS에서 방영한 동명의 드라마 화면을 캡처한 그림에 톡톡 튀는 대사가 말풍선으로 달린 책이다. B씨는 황태경(장근석)의 각종 표정이 살아있는 스티커도 구입해 2010년 다이어리를 꾸몄다.

TV 속 스타들이 캐릭터 상품으로 무한변신 중이다. ‘하찮은’(박명수) ‘황태경’(장근석) 등 드라마·예능 속 캐릭터를 그대로 입고서다. MBC는 최근 유재석 등 ‘무한도전’ 멤버 6인과 초상권 협상을 마치고, 캐릭터 상품 출시에 나섰다. 올림픽대로가요제와 달력 수익금은 전액 기부했지만, 이번에 서비스하는 싸이월드·모바일 스킨 등은 수익사업이다. MBC는 ‘선덕여왕’을 이미 선보인 데 이어 ‘히어로’와 ‘지붕 뚫고 하이킥’도 캐릭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KBS는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 SBS는 ‘미남이시네요’(이하 ‘미남’)로 상품화에 박차를 가했다.

① MBC ‘무한도전’의 모바일 스킨.② 일러스트 캐릭터로 다시 태어난 SBS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③ MBC ‘선덕여왕’의 비담. [각 방송사


◆사랑한다, 고로 소비한다=캐릭터 상품에 대한 열광은 드라마·예능에 대한 팬덤(fandom)의 일종이다. 팬카페에 가입하고 팬픽(fan+fiction)을 만드는 등 스타와 연대감을 강화하는 ‘팬질’이 캐릭터 상품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엔 연예인 개인에게 집중됐지만 요즘엔 드라마 속 캐릭터 자체에 열광하는 층이 늘었다는 점이다. ‘꽃남’에서 김현중이 연기한 윤지후 캐릭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윤지후 팬카페’가 생겨난 식이다.

최근 싸이월드와 모바일 스킨 등을 서비스하기 시작한 ‘미남’은 주요 4인의 극중 캐릭터를 빼 닮은 일러스트를 선보였다. 남장 고미남(박신혜)을 수건으로 가리며 감싸줘서 ‘수건남’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강신우(정용화)는 수건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유아독존 황태경의 모습은 사과머리와 찌푸린 눈살로 표현했다. ‘돼지토끼’라는 극중 별명이 붙었던 고미남은 토끼 인형을 안은 해사한 표정이다. 이들은 드라마 팬을 자처한 한 여대생이 인터넷에 올린 습작을 보고 제작사가 접촉해 본격 상품으로 개발했다.

팬시 상품이 주를 이루는 만큼 10대가 주 고객층이지만 최근엔 20~30대 젊은 여성층도 가세했다. 어린아이 같은 취미를 가진 이른바 키덜트(kid+adult)족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 ‘꽃보다 남자’ ‘미남이시네요’ 등 여심(女心)을 겨냥한 판타지 로맨스가 쏟아진 것도 이런 붐에 일조했다. 드라마 캐릭터가 새겨진 머그잔·티셔츠·휴대전화고리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초상권 해결이 숙제=방송사 콘텐트 부가사업은 그간 OST와 부가영상(메이킹 필름, DVD 등) 사업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드라마에서 노출된 소품(‘미남이시네요’의 돼지토끼 인형 등)과 대본을 변환한 소설 등이 한 축을 담당했다. 캐릭터 상품화가 본격화된 것은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히트하면서 관련 상품이 주목 받은 이후다. 이들 캐릭터 상품은 드라마나 예능에서 히트한 장면이나 유행어를 연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방송 장면을 캡쳐해서 말풍선을 그린 영상만화나 동영상을 그대로 따온 플래시콘도 새로 뜨는 아이템이다. 업계에선 ▶원전 작품이 흥행하고 ▶가족 친화적이며 ▶시리즈물 일수록 관련 상품이 성공하기 쉽다고 본다.

실사(연예인) 캐릭터의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은 초상권이다. 캐릭터 사업 자체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스타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무한도전’의 경우 출연자 전원을 설득하는 데 5개월이 걸렸다. MBC 사업센터 김영규 과장은 “유재석의 경우 ‘패밀리가 떴다’나 ‘놀러와’엔 관계 없이 ‘무한도전’ 속 유반장 캐릭터만 계약하는 식”이라며 “1년 단위 재계약을 원칙으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떼준다”고 밝혔다. ‘선덕여왕’의 경우엔 고현정과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미실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만 서비스하게 됐다고 한다.

강혜란 기자



방송 기획단계부터 캐릭터 개발 고민해요
윤주 와이쥬 크리에이티브 대표

캐릭터 개발업체 ‘와이쥬 크리에이티브’ 윤주(44·사진) 대표에겐 ‘문화=상품’이란 등식이 확고해 보였다. ‘주몽’ ‘커피프린스 1호점’ ‘거침없이 하이킥’ 등의 캐릭터 사업을 진행했던 윤 대표는 4일 인터뷰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문화 콘텐트의 경우 상품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 콘텐트의 캐릭터 사업에 대해서도 “(방송 프로그램과 상품간)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캐릭터 사업의 가능성은.

“캐릭터 사업은 ‘라이센스 비즈니스(license business)’의 한 갈래다. 한 문화 콘텐트에 대해 라이센스를 확보한 다음 영화·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라이센스 비즈니스란.

“쉽게 말해 콘텐트의 사용허가를 가지는 것이다. 하나의 콘텐트에 대해 방송, 총판 사업권과 오프라인 사업권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최근 했던 작업은.

“SBS 드라마 ‘제중원’ 방영 1년 전에 이미 소설책을 출판했다. 만화책도 곧 나온다. 준비된 상품으로 드라마 방영과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만화 『달려라 하니』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도 기획 중이다.”

-기획단계부터 참여하나.

“(방송이든 영화든) 이전에는 만들어진 콘텐트를 통해 파생 상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엔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다양한 상품이 나올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국내 라이센스 사업 현황은.

“아직은 초기 단계다. 해외 진출도 ‘둘리’ ‘커피프린스’ 등에서 파생된 각종 상품이 나왔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향후 사업 확장 영역이 무궁하다.”

박홍찬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부 3학년) nagato85@naver.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