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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휴대전화 신년사 … 배 타고 달리고 밥 퍼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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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4일 열린 한국무역협회 시무식에서 사공일 회장의 전화를 받은 오영호 부회장(오른쪽)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단상의 마이크에 대고 있다. 사공일 회장은 휴대전화로 신년사를 진행했다. [무역협회 제공]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은 4일 자동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신년사를 했다. 사공 회장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오전 9시에 열리는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폭설로 차가 막혔다. 휴대전화 신년사는 “더 기다리지 말고 시무식을 진행하라”는 회장의 전화를 받은 오영호 부회장이 즉석에서 휴대전화를 마이크에 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공 회장은 “눈 때문에 교통은 엉망이지만, 서설이어서 새해 국가 전체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새해 시무식이 4일 일제히 열렸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경북 포항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2010년 새해 구상’을 직접 프레젠테이션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고민했던 문제를 임직원과 보다 가까이에서 나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소프라노 강혜정씨와 테너 하석배씨가 ‘아침의 노래’ 등을 불렀다.

한국농어촌공사 홍문표 사장과 50여 명의 간부들은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이날 오전 6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경기도 의왕시 본사 인근 백운저수지까지 4㎞를 달렸다. 공사 측은 “눈보라 속을 달리며 어려움을 딛고 일등 공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결의를 다진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시무식에선 신입사원들이 틈틈이 연습한 뮤지컬을 공연했다. ‘나는 당신의 에너지(I am your Energy)’라는 제목의 이 뮤지컬은 사원들이 에너지를 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한진해운·한진해운 홀딩스는 서울 본사에서 해오던 시무식을 부산 한진해운 신항만 터미널로 옮겼다. 현장경영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무식 후 최은영 회장은 신년 첫 출항을 앞둔 한진 파리호에 올라 김선명 선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4일 서울 태평로 본점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점심을 나눠 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해마다 새해 출근 첫날 은행장과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점심 배식을 하며 새해 인사를 한다. [신한은행 제공]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서울 을지로 본점 로비에서 직원들과 새로운 도약을 바라는 ‘점프’를 하며 새해 첫 업무를 시작했다. 김 행장과 임원들은 직원들과 함께 최신 유행 춤을 추고, 덕담 글귀와 간식거리를 담은 복 주머니를 나눠줬다.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경영진은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가래떡과 머그컵을 나눠주며 새해 인사와 덕담을 건넸다.

신한은행은 서울 태평로 본사에서 연 시무식에 앞서 직원들을 위한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점심 시간에는 이백순 행장과 임원들이 본점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점심 식사를 직접 떠주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직원들과 열린 소통을 하기 위해 신한은행 경영진은 해마다 새해 첫 근무 날 직원들의 점심 배식을 직접 하고 있다.

KT는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서울 강남구 신사지사를 찾아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KT는 임직원의 90%가 현장직원인 만큼 본사와 현장 간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기 스스로 월급쟁이가 아니라 사장이라고 생각한다면 2010년에는 여러분의 땀방울이 값진 성과를 거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태정·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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