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메시지 ③ 창업으로 새 출발 박상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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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출발을 준비하는 마음이 분주하다.

새로운 도전과 함께 새해를 맞은 박상용씨가 희망에 찬 웃음을 짓고 있다. [조영회 기자]

나는 대우중공업 생산기술직으로 18년을 근무했다. 구조조정으로 회사가 분리돼 공장이 아산으로 옮겨올 때까지만 해도 내가 식당 주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사된 회사의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결국 3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그 뒤로 얼마 안가 회사는 결국 부도를 맞았다. 막막했다.

직장 생활하면서 틈틈이 절약해 모아 둔 돈이 있어 당장 생활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 했다. 결혼을 늦게 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이제 겨우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딸이 있으니 더 더욱 용기를 내야 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창업교육을 받는 등 1년여 고민한 끝에 지난해 3월 지금의 두정동 한성필하우스 1차 아파트 앞에 ‘하마’라는 음식점을 열었다. ‘막창’을 주력 메뉴로 삼고, 좋은 재료도 쓰고 손님들을 친절히 대했지만 장사는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경험부족도 원인이겠지만 가게 입지를 살피지 않고 메뉴 선택도 잘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두정동 중심상권은 1차부터 3차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업종의 분포돼 있다. 특히 이른바 먹자골목의 흡입력을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막창’이라는 메뉴도 누구나 즐기는 메뉴는 아니어서 매출이 고르지 못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운영하던 식당을 미련 없이 접고 직산에 ‘돼지마을’이라는 삼겹살 집을 새로 열기로 했다. 4일부터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 20일쯤이면 가게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가게 입지도 신경을 많이 썼다. 직산읍 세광엔리치빌 1차 아파트 앞에 위치한 가게는 이른바 ‘호리병 골목’으로 불릴 만 한 곳이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집 근처에서 동료들과 간단하게 한잔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적합하다. 메뉴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삽겹살로 정했다. 좋은 재료를 골라 쓰고 서비스도 차별화할 예정이다. 1년 6개월 동안 장사한 경험을 살려 잘 해볼 생각이다.

비록 처음 문을 연 식당은 실패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나름 최선을 다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고기를 식별해 내는 능력도 생겼고 단골손님을 확보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영원한 단골도 없지만 뜨내기손님도 단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전날 뉴스에서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도하면 다음날 매상이 오르고 반대로 부정적이면 떨어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결국 나라가 잘돼야 장사도 잘된다는 평범한 이치를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다.

‘돼지마을’이라는 가게 이름에 서민들이 고향처럼 편안하게 찾아 올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새해에는 노력한 만큼 고객들의 평가를 받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나 같은 소상공인들이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직장 생활할 때는 몰랐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그야말로 눈물 나는 노력을 하지만 장사가 되지 않아 힘들어 한다.

나를 포함해 모든 소상공인들이 힘 차게 한 해를 시작하자는 의미로 목청껏 외쳐 본다. 아자! 아자! 새해야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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