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고교 유명무실…학생들 진학에 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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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산지역 실업계 고등학교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에 매달려 일자리가 있어도 갈 학생이 없다.

부산디자인고가 최근 대학 진학희망 여부를 조사한 결과 3학년생 3백20명 중 3백10명(96%)이 "대학에 진학하겠다" 고 말했다.

10명만이 취업을 희망했다. 이 학교 천득기(千得基.57)실과운영부장은 "모두 대학에 가려고 한다. 학생들을 보내달라는 회사는 많은데 보내줄 학생이 없다. 학부모도 무조건 대학에 보내려고 한다" 고 말했다.

부산상고는 3학년생 5백10명 중 4백80명(94%)이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진학 희망자 가운데 50명은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야간대학을 다니겠다는 뜻을 밝혔다.

30명만 "취업을 해 독립적으로 살아가겠다" 고 했다. 이 때문에 부산상고는 요즘 방학이지만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루 6시간씩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부산상고 하룡규(河龍奎.45)3학년부장은 "고교 졸업장으로는 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니까 모두 대학을 가려고 한다" 고 설명했다.

河부장은 "상고 입학 때부터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며 "학부모도 자식이 바로 직장을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 고 전했다.

공고는 상고보다는 취업 희망자가 많다. 부산공고의 경우 3학년생 9백14명 가운데 6백48명(70%)이 설문조사에서 "대학 진학을 하겠다" 고 응답했다. 2백34명은 취업을 바라고 있다.

3학년 기획담당 박영기(朴永基.43)교사는 "공고는 대기업 취업이 그런대로 잘 돼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제법 많다" 며 "진학 학생은 주로 특별전형을 통해 전문대에 가고 있다" 고 전했다.

정순택 부산시교육감은 "학벌위주의 사회풍토가 하루 빨리 사라져야 실업교육이 자리를 잡는다" 며 "중학교를 나왔든 고교를 나왔든 숙련된 기술을 갖추고 있으면 사회에서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고 지적했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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