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일본만큼" SOFA 눈높이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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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과 똑같이 대우해 달라' .

2일 열리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을 앞둔 송민순(宋旻淳.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수석대표의 이번 협상 목표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필요하지만 미국이 일본.독일과 체결한 협정에 못 미치는 SOFA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장희(李長熙.외국어大)교수는 한.미 SOFA를 일본.독일과 비교할 때 다분히 '미국 편의적' 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일본.독일은 2차 세계대전 때 미국과 싸운 적국이었던 데 반해 6.25 때 혈맹관계인 한국이 일본.독일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행 한.미 SOFA(1966년 체결)를 미국.유럽이 체결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SOFA(59년)나 미.일 SOFA(60년)와 비교해 볼 때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재판권▶환경▶노동▶관세 등 네 분야다.

◇ 재판권=한.미 SOFA 제22조 제3항은 "미군 피의자는 모든 재판 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미군이 구금토록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일 SOFA는 일본측이 미군 피의자를 기소할 때 신병을 인도받아 구금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특정 사건의 경우 독일측이 인도를 요청하면 미국이 '호의적 고려' 를 해야 한다고 규정, 우리보다 유연한 편이다.

◇ 환경문제=한.미 SOFA에는 아예 '환경' 이라는 단어가 없다. 다만 협정 제3조 제3항에 "주한미군이 사용하고 있던 시설과 구역의 운영은 공공안전을 적절히 고려해 수행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즉 독극물 방류사건 같은 환경문제가 또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근거조항이 아예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다. 미.일 SOFA 제3조도 "미군이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에서의 작업은 공공의 안전에 타당한 고려를 한다" 고 언급하고 있을 따름이다.

일본은 미군의 환경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6년 특별행동위원회(SACO)를 설치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제31조에 환경오염 제거비용 부담, 환경정보 공개 등 독일 환경법규 준수를 규정하고 있다.

◇ 노동=미군기지에서 일하는 2만여명의 한국인 근로자들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한.미 SOFA 제17조 제2항은 "미국 정부는 고용을 계속하는 것이 미국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할 경우 언제든지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군으로 하여금 '군사상 필요' 라는 막연한 이유로 언제든지 한국인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근거조항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독일의 경우 아예 현지 정부가 근로자를 고용해 미군에 제공하는 '간접 고용제' 를 채택, 근로자의 안정적 취업을 보장하고 있다.

◇ 통관 및 관세=역시 차별적이다. 현행 SOFA 제9조 제2항은 미군과 그 구성원, 즉 군속.가족의 경우 통관절차는 물론 과세 및 과징금 일체를 면제해 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독일과 체결한 나토 SOFA는 제11조 제4항에 군대.군속 및 가족의 '배타적 사용' 에 한해서만 관세가 면제된다. 또 면세 수입의 경우에도 세관 서류와 증명서를 일일이 제출해야 한다.

◇ 접근상의 차이=문제의 핵심은 SOFA의 개별 조항보다 이를 보는 미국의 '시각' 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한국은 SOFA 개정 협상을 '한.미간 평등권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은 이를 다분히 '법률적인 문제' 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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