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배상판결 나자 1갑당 6센트씩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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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뉴욕〓신중돈 특파원, 김준술 기자] 미국의 담배회사들이 흡연피해 보상으로 인한 손실분을 담뱃값에 전가하고 있어 미국의 담배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다.

세계 최대의 담배 제조업체인 필립 모리스는 31일(현지시간)부터 담배가격을 전면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필립 모리스의 대표 상품인 말보로.버지니아슬림.벤슨앤드헤지 등 10여종의 담뱃값이 이날부터 도매가 기준으로 1갑당 6센트씩 오르게 됐다.

전문가들은 시장 선도 기업인 필립모리스가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경쟁업체들도 조만간 담뱃값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담뱃값은 도매가로는 4달러에 육박하고, 소매가로는 지역에 따라 5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필립 모리스의 담뱃값 기습 인상은 최근 흡연 피해 관련 소송에서 패소, 천문학적인 액수의 배상 판결을 받은 데 따른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플로리다주 항소법원은 지난 14일 필립 모리스.RJ레이놀즈 등 5개 담배회사에 모두 1천4백50억달러의 흡연 피해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판결했다.

미 담배회사들은 이에 앞서 1998년 11월에도 흡연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를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한 46개 주 정부에 2천60억달러를 지급키로 합의한 바 있다.

담배 회사들은 합의 직후 담뱃값을 1갑당 45센트씩 전격 인상한 바 있다. 담배회사들은 이밖에도 지난해 8월과 올초 두 차례에 걸쳐 담뱃값을 31센트 인상했다.

이번의 담뱃값 인상은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2센트의 절반 밖에 안되기는 하지만 흡연 피해 소송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인상 러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은 1천8백여건에 달한다. 샐러먼 스미스 바니의 담배산업 분석가인 마틴 펠드먼은 "연말까지 추가로 6센트 가량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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