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부부싸움 중 공포심 줬다면 협박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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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 중 실제 가해 의도가 없었더라도 상대방을 해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줬다면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부는 말다툼을 하다 아내를 흉기로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41)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 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었다.

김씨는 2007년 아내가 자신의 불륜을 의심하자 흉기 2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김씨는 법정에서 “‘아내를 죽이겠다’고 한 게 아니라 ‘불륜이 사실이라면 내가 죽어 버리겠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김씨 진술이 사실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부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유죄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내가 죽겠다’고 말했어도 부인을 해치겠다는 의사로 이해되기에 충분하고, 부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라고 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실제 가해 의도나 욕구가 있었는지는 형법상 협박죄 성립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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