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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의 인도네시아 진출 현황과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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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자카르타 중심부의 가톳 수부로토에 있는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본점. 이곳은 하나은행이 지난 2007년 현지 은행인 빈탕 마눈갈을 인수해 소매금융 영업을 시작한 곳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이곳 영업부엔 현지 고객 10여 명이 은행 일을 보고 있었다. 건물 외벽과 지점 출입문엔 하나은행의 로고가 달려 있어 국내 하나은행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은행 인수 이후 지점을 12개 더 늘려 현재 17개 지점이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에도 7개 지점을 추가로 낼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씨티은행(2008년 기준 13개)이나 HSBC(12개)보다 지점이 더 많다.

이곳에서 만난 현지 해운업체 실로 매리타임 데르다나의 수만토 하르탄토(53) 부사장은 “인도네시아 국영은행과 달리 직원들이 친절하고 대출 결정이 빨리 이뤄진다”며 “10점 만점으로 평가하면 하나은행의 서비스에 9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하나라는 이름이 농촌 마을의 여자 아이 이름 같다”며 “외국계 은행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은행도 영업 거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08년 본점에 이어 한국 기업이 많이 입주한 자카르타 서부의 탕그랑에 출장소를 냈다. 이곳에 입주한 화학업체 세림의 강주석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전에는 은행 업무를 하기 위해 직접 자카르타로 가야 했는데 지금은 간편하게 입출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자카르타 남부에 출장소를 한 곳 더 낼 예정이다. 이민재 우리은행 법인장은 “장기적으로 한국인 여행객이 많은 발리 등 인도네시아 내 거점을 8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현지 자동차보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2006년 한국식 영업소장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기본급을 받으면서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방식이다. 삼성화재는 인도네시아에 온라인 자동차보험 사업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지 금융당국도 한국 금융사들의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현지 중앙은행 고위 간부는 “외국계 은행들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한다면 우리 입장에선 선진 은행 경영 방식을 도입할 수 있고, 은행 부문의 경쟁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 금융의 수입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화가 녹록하지만은 않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소매 영업을 하기 위해선 거점이 필요하고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나은행은 지점을 확대하느라 2008년 12억원의 적자를 냈다.

직원들의 문화도 다르다. 직무 범위도 한국보다 엄격하고 분화돼 있다. 현지에 진출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문화가 다르다 보니 한국식 영업 관행을 강요했다간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 쉽다”고 말했다.

지명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현지에 진출한 금융회사들은 아직 변변한 독립 건물이 없다. 현재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 건물에 입주한 우리은행은 시내 중심가에 건물을 사들이려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소했다. 하나은행만이 세 들어 있는 10층 건물에 대형 간판을 낸 정도다.

하지만 인구가 2억3750만 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의 잠재력은 크다. 조종수 외환은행 법인장은 “은행 거래를 하는 사람이 전 인구의 30% 수준이라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공략 방법은 국내 금융회사의 강점을 살리는 것뿐이다. 최창식 하나은행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에선 아직 대출을 받을 때 커미션을 주는 관행이 있다”며 “이를 없앤 클린 뱅크 전략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적금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소득 수준이 낮아 예금 고객이 많지 않은 만큼 매달 조금씩 저축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다면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생각이다. 보험사들도 새로운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창수 삼성화재 법인장은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온라인 자동차 보험을 도입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국 LIG손해보험 법인장은 “의료와 연계한 장기보험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김준현(베트남·캄보디아), 김원배(인도네시아), 김영훈(미국), 조민근(중국), 박현영(인도·홍콩), 한애란(두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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