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머크·로슈, 바이오의약품 업체 앞다퉈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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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들의 움직임을 보면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얼마나 시급한 발등의 불인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세계 최대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680억 달러를 들여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을 판매하는 미국 와이어스를 인수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순환기 계통 치료제의 강자인 화이자가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와이어스를 전격 인수한 것이다.

미국 머크도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를 확보한 셰링프라우를 지난해 411억 달러에 사들였다. 스위스 로슈는 미국의 대표적인 생명공학업체 제넨텍을 같은 이유로 인수했다. 거금 468억 달러를 들였다. 세계 10대 제약사 가운데 하나인 미국 일라이릴리도 지난해 2월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인스메드의 바이오시밀러 제조시설 일부와 후보물질을 인수했다.

이들 모두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한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으로 크고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이밸류에이트 파마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세계 매출 10대 의약품 가운데 한 귀퉁이를 차지하던 바이오의약품은 2008년 5건이 됐고, 2014년에는 7건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대부분이 바이오시밀러 제품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성신약의 복제약 생산에 주력하던 외국계 제약사들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호시탐탐 노린다. 스위스계 노바티스의 제너릭 전문 자회사인 산도스는 2006년 4월 화이자가 판매하던 성장호르몬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승인받은 뒤 항체 바이오시밀러에도 뛰어들 조짐이다. 역시 합성신약의 복제약을 집중 개발하며 급성장한 이스라엘의 테바는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대행업체인 스위스 론자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강화하는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현한 연구원은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1인당 의료비 지출 증가가 불가피해지면서 각국 정부가 비교적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역량을 축적하다 보면 바이오신약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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