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출구 안보이는 롯데호텔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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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롯데호텔이 28일 파업 50일째를 맞았다. 파업의 소용돌이 속 투숙객은 30%로 줄었으며, 식당가는 단 한군데만 문을 열었다.

손님들이 불편을 느낌은 물론 고급호텔의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수가 줄어들고 있다.

롯데 경영진과 노조는 이날도 오후 3시부터 호텔 3층에서 협상을 벌였다. 11일째 날마다 협상하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5년을 근무해야 정식사원으로 발령하는 현행 계약직원에 대해 노조는 2년 근무로 줄이자고 주장하는데 비해 회사는 4년 이하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직원은 "일본에 있는 회장이 '계약제는 타협 불가' 라는 방침을 바꾸지 않는 한 협상이 이뤄질 수 없는 게 롯데의 현실" 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또 구속자 석방문제를 선결조건으로 들고 있고, 회사는 노조의 성희롱 소송에 맞서 지난 21일 노조를 상대로 파업기간 중 58억3천여만원의 손해를 보았다며 배상을 청구했다. 양측 모두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계속하며 자극하는 양상이다.

롯데 고위임원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일이 커졌다" 고 분석했다. 그는 "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라고 일축했다. 서울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인 한 노조원은 "사장이 '무조건 정상 복귀한 뒤 협의하자' 고 말만 하지 구체적인 카드가 없는데 어떻게 파업을 풀 수 있느냐" 고 주장했다. 다른 노조원은 "장성원 사장은 신회장의 답을 가져오라" 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롯데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손실을 끼치고 있다. 관광공사는 이달들어 한국을 찾을 일본인 관광객을 25만명으로 추정했는데, 파업사태로 호텔 예약이 취소되면서 5만여명이 줄은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는 자산순위로 재계 6위의 그룹이다. 백화점.호텔 등 서비스.유통업이 많아서 날마다 수많은 고객이 영업장을 찾는다.

지금도 롯데호텔 앞에는 전투경찰 6개중대가 진을 치고 있다. 바로 옆 롯데백화점 앞에도 전경이 줄서 있다.

호텔에서 만난 50대 일본인은 "마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며 "호텔 앞에는 경찰이 주둔하는데 어떻게 경영진이 보고만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 고 말했다.

김태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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