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를 알고 나를 알면 ‘이기는 수’ 찾을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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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호 30면

큰 비즈니스 회의나 세미나에 가보면 명망 높은 전문가가 나와 경영전략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합니다. 그런데 듣다 보면 간혹 ‘이건 아닌데’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142> 올바른 전략 수립을 위한 5단계 Q&A

그들이 내세우는 이론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경쟁에서 우위, 핵심 역량, 전자 상거래, 물류 경제학, 파괴적 혁신 등등 다 좋은 말입니다. 문제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과학적 방법론 같은 이론 설명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략은 이론이 아니라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통찰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큰 방향을 설정하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실행에 들어가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전략은 자원의 배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아무리 큰 회사라도, 아무리 자금이 넉넉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제시하는 다섯 단계의 질문을 던져 보세요. 경쟁력을 키우고, 더 나아가 승리하기 위한 통찰력을 얻는 데 유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1. 현재 게임판은 어떤 모습입니까. 크건 작건, 오래됐건 새롭건 간에 경쟁자는 누구입니까. 세계 또는 지역 시장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까. 우리에게 적합한 시장은 어디입니까. 업종의 특성은 무엇입니까. 성장 곡선에서 현재 위치는 어디입니까. 수익성의 핵심 요소는 무엇입니까. 각각의 경쟁자가 갖고 있는 강점과 약점은 무엇입니까. 주요 고객은 누구입니까. 그들의 구매 행태는 어떻습니까.

제 경험에서 보면 이런 기초적인 질문에도 정작 답을 찾으려 하면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해 논쟁이 벌어집니다. 같은 사무실에 책상을 옆에 놓고 앉아 있는 사람끼리도 의견이 달라집니다. 충분하고 광범위한 토론은 경쟁 환경을 이해하는 공감대를 만들어 줍니다.

2. 현재까지 경쟁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지난 몇 년간 각 경쟁자는 게임판을 바꾸기 위해 어떤 일을 했습니까. 누군가 게임의 규칙을 뒤집을 만한 신제품이나 신기술, 유통망의 혁신을 도입하지 않았습니까. 신규 진출자는 없었습니까. 있었다면 지난 몇 년간 어떤 행태를 보였습니까.

체스판으로 치면 이제부터 말이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 경쟁자 A는 당신의 핵심 영업 인력을 빼내갔습니다. 경쟁자 B는 두 가지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경쟁자 C와 D는 합병 이후 조직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3. 현재까지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 지난 몇 년간 게임판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유능한 영업 인력이나 특별한 신제품·신기술 같은 경쟁 우위의 요소를 잃은 적은 없습니까.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당신이 공격을 하는 쪽인지, 당하는 쪽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번과 3번 질문의 비교만으로도 당신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인지, 뒤쫓는 처지인지 드러나게 되니까요.

4. 다음 수 읽기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가까운 장래에 당신을 가장 두렵게 하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사업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경쟁자의 수는 무엇입니까. 경쟁자가 도입하면 게임의 규칙을 바꿀 만큼 파괴력이 있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은 무엇입니까. 경쟁자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우의 수 중에 당신을 위협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은 이 질문에 답할 때 경쟁자의 실력과 잠재력을 과소평가합니다. 심지어 경쟁자의 행태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바른 전략을 세우기 위해선 경쟁자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전제해야 합니다. 최소한 당신과 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보다 빨리, 최소한 당신만큼 빠르게 뛰고 있습니다. 미래를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망상에 사로잡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5. 당신이 이기는 수는 무엇입니까. 합병이나 신제품, 해외 시장 진출 등 게임판을 바꾸기 위한 당신의 수는 무엇입니까. 고객을 이전보다, 그리고 경쟁자보다 당신에게 더욱 충성스럽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이제 상황 분석에서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입니다. 신제품을 내놓거나, M&A를 하거나, 영업 인력을 두 배로 늘리거나, 생산 설비를 대폭 확충하는 등 여러 가지 수 중에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다섯 단계의 질문에 답하는 훈련을 통해 기존에 있던 전략의 효과는 한층 커질 것입니다. 만일 이기는 수를 찾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아직 제대로 된 전략이 없다면 제가 제시한 과정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쨌건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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