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남북 외무회담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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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사상 첫 남북 외무장관 회담은 '화해·협력' 이라는 남북 정상회담의 기본정신을 최초로 실현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55년간 지속된 남북 대결시대를 마감하고 국제무대에서 남북한 협력방안이 처음으로 논의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반도 화해와 협력을 위한 하나의 시금석(試金石)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북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국제무대에서 냉전의 상징물처럼 인식돼 왔던 상호비방 중지와 외교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 합의가 이뤄졌다.

두 장관은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경제.환경분야에서 남북이 보조를 맞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전세계 51개 남북한 동시 상주공관 지역에서의 상시 협의채널 구축을 논의, 장기적 관점에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으로 그간 국제무대에서의 반목과 대립구도를 화해.협력구도로 바꾸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남순(白南淳)북한 외무상은 이날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과 회담을 하고 제10차 북·일 수교교섭과 북·일 정상회담 개최, 9월 중 일본인처 모국방문 등 양국간 현안을 논의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한편 이날 남북 및 한·러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 북한의 '조건부 미사일 개발 포기' 설(說)이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이와 관련, 이정빈(李廷彬)외교부장관이 북측의 입장을 묻자 白외무상은 "평화적 목적을 위해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면서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은' (NCND)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러 회담에서 이바노프 장관은 포기설의 '와전 가능성' 을 완곡하게 인정하는 분위기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방콕에서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추진을 무산시키고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노리는 러시아측의 고도의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조건부 미사일 개발 포기설을 놓고 각국마다 견해가 달라 앞으로 한·미·일 3국이 긴밀한 협의체제를 구축, 의견을 교환키로 합의했다" 고 밝혔다.

방콕〓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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