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케냐 올림픽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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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케냐 마라톤에 불운이 계속되고 있다.

케냐 남자마라톤 대표로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하는 온도로 오소로가 지난주말 케냐 중부 나쿠루에서 그의 도요타 차량을 노린 3명의 무장강도들에게 피습당해 목부위에 총상을 입었다고 AP통신이 26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현재 오소로의 정확한 부상 정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아 그의 시드니 올림픽 출전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나 케냐 육상연맹 관계자들은 남자마라톤 대표 3명을 모두 물갈이한 이후에 곧바로 터진 뜻밖의 사건에 아연실색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케냐는 마라톤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하면서도 올림픽 금메달은 한차례도 따낸 적이 없을 정도로 올림픽과 인연이 멀다.

시드니에서 반전을 노리는 케냐육상연맹(KAAA)은 지난 22일 올해 도쿄마라톤과 보스턴마라톤을 각각 제패한 자페트 코스게이와 엘리야 라가트, 보스턴 마라톤 1998.99 챔피언 모제스 타누이 등 내로라하는 남자 마라토너 3명을 모두 내쫓았다.

이들이 연맹의 행정에 불만을 품고 훈련을 게을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케냐육상연맹은 이들 대신 이번에 피습당한 오소로(최고기록 2시간6분54초)와 애틀랜타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에릭 와이나이나, 올해 로테르담 마라톤 챔피언 케네스 체루이요트 등 2진급으로 채웠다.

어쨌든 케냐의 계속되는 올림픽 불운에 한국은 '표정 관리' 중이다.

세계기록(2시간5분42초) 보유자 할리드 하누치(미국)와 도쿄마라톤에서 이봉주를 꺾은 코스게이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시드니에 불참한다는 것은 한국에게는 '금메달 희망가' 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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