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마케팅] '마스코트 새긴 지갑'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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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생의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온다.

인디 음악가였던 폴 프랭크는 돈이 없어 여자친구에게 지갑을 직접 만들어준 것이 계기가 돼 연간 8백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의류업체 사장겸 디자이너가 됐다.

1970년대 유행했던 비닐에 원숭이 마스코트를 달아 애인에게 선물한 것이 주변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자 95년 손수 만든 지갑과 가방을 시내의 신문 가판대에서 팔기 시작했다.

프랭크 제품은 소재(비닐)가 이색적이고 원숭이 마스코트의 이름을 줄리우스라고 붙이는 등 상상력을 발휘한 캐릭터가 인기를 끈 요인이었다.

손바느질로 문양과 마스코트를 얼기설기 붙여 넣은 아플리케 방식도 어른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프랭크의 '촌티' 전략이 로스앤젤레스같은 대도시인들에게 오히려 인기를 끈 것이다.

프랭크는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7천달러를 들여 지하실에서 창업, 본격적인 의류사업에 뛰어 들었다.

99년엔 폴프랭크 인더스트리(http://www.paulfrankisyourfriend.com)를 세우고 티셔츠.잠옷.액세서리를 디자인해 팔았다.

물론 프랭크가 만든 우스꽝스런 캐릭터를 모두 넣은 제품이었다. 99년 매출액은 5백만달러였다.

어번 아웃피터 등 힙합 세대들이 많이 찾는 가게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시켰다. 캐나다.영국.네덜란드.일본.중국으로까지 수출 통로도 넓혔다.

품목을 다양화해 소파.의자.카페트 등 인테리어 용품의 디자인에도 손대기 시작했다.

프랭크 회사의 특징은 광고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마케팅을 입소문에만 의존한다. 대량생산된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대신 인터넷으로 원숭이 캐릭터 줄리우스가 등장하는 만화 시리즈를 방송할 계획이다.

기존 매체보다는 인터넷이 저렴한 비용으로 은근한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프랭크의 성공은 만화 주인공 등 캐릭터 상품은 아이들 차지라던 선입견을 사라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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