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업, 소비 회복세 타고 투자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11월 설비 투자가 지난해 동월에 비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생산과 소비의 회복세가 지속되자 움츠리고 있던 민간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 자료에 따르면 11월 설비 투자는 1년 전에 비해 10.3% 증가했다. 설비 투자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것은 2007년 12월 이후 23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설비 투자가 14.9%나 감소한 데 따른 반작용의 효과도 있지만 전달과 비교해도 7%나 늘어 회복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투자를 주도한 쪽은 반도체장비와 자동차 등 수출이 잘되는 업종이다. 반도체장비가 포함된 일반기계류는 19%, 자동차 산업의 투자는 55.2%나 늘었다. 경기선행지표 중 하나인 국내 기계 수주도 56.6%나 증가했다. 공공 부문에서 전동차가 대량 발주된 영향도 있지만 민간에서도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수주가 56.6%나 늘었다.

공공 부문에 의존해 버텨 오던 건설 투자도 민간 부문으로 확대되는 조짐을 보였다. 11월 건설 기성액(당해 연도에 시공한 공사액)은 1년 전보다 4.2% 늘었다. 특히 민간 부문에서 발주한 공사의 기성액이 3.4% 늘어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 수주액도 77%나 증가했는데 민간 부문에서 85.6%나 늘었다. 통계청 윤명준 산업동향과장은 “세제 지원 종료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미뤘던 분양 물량을 쏟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민간 부문의 건축 수요 증가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내년 1월 설비 투자 전망 경기실사지수(BSI)가 전달보다 5포인트 오른 103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10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설비 투자 전망 BSI가 100을 넘었다는 것은 당초 투자계획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업체 수가 줄이겠다는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내년 전체의 설비 투자 전망 BSI도 117로 올해 실적치인 98보다 19포인트나 높게 나왔다.

생산도 3년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다. 11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7.8% 증가했다. 7월에 지난해 수준을 회복한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갔다. 생산은 늘었지만 생산설비도 함께 늘어난 탓에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7.3%로 전달과 같은 수준이었다. 다만 소비재 판매와 서비스 생산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서비스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는 3.3% 늘었지만 10월과 비교하면 1.2% 감소했다. 목욕탕·예식장·인력공급업 등 개인 서비스와 사업 서비스 쪽이 부진했다. 소비재 판매도 1년 전보다 10% 증가했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0.9% 줄었다. 윤명준 과장은 “추석이 낀 10월에 판매가 많이 늘었던 영향 때문”이라며 “전달보다 줄긴 했지만 감소 폭이 미미해 내수가 위축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