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탑 급속 노화 세월 탓 아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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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다보탑이 1년여 해체 수리를 거쳐 당당한 기품을 되찾았다. [문화재청 제공]

국보 제20호 다보탑이 1년간의 대수술을 마쳤다. 1925년 일제강점기에 전면 해체 수리한 이후 80여 년 만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는 29일 오후 2시 경북 경주시 불국사 현장에서 다보탑 수리 완료 보고회를 열었다.

수리 전 다보탑은 금이 가고 표면이 벗겨져 떨어지는 등 위기에 놓여 있었다. 특히 탑 2층 사각 난간부의 훼손이 심했다.

대석이 쪼개지고 이끼도 짙게 끼어 있었다. 2층에 고인 빗물이 잘 빠지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해체를 하고 보니 탑이 낡아간 건 단순히 1500여 년간 비바람에 노출된 탓만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탑 1층의 지붕돌과 2층의 몸체 사이에 폭 20㎝, 두께 25㎝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4면을 빙 둘러가며 채워진 것이 확인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배병선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2층의 빗물이 빠질 수 있도록 설계된 배수로 부분인데 일제가 그걸 모르고 콘크리트로 채워 막아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수구를 막아놓으니 빗물이 누적돼 이끼가 끼고, 양파 껍질 까지듯 석재 표면의 박리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배 실장은 “배수로가 막힌 것도 모르고 물이 빠지지 않아 난간 아래쪽으로 구멍을 뚫는 등 다보탑이 엉뚱하게 몸살을 앓았다”며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수리하려고 한 것이 일제의 결정적인 오판이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에는 콘크리트가 없었다. 일제의 전면 수리 이후 72년 2층 하부 사각난간과 상륜부(맨 꼭대기 층)를 보수한 적은 있지만 이때는 부자재를 몇 개 갈았을 뿐이다.

이번 해체 수리에서는 보수 부분을 3D 스캔으로 정확히 실측하고 오염물질을 검사하는 등 사전 조사를 먼저 거쳤다. 배 실장은 “다보탑 몸체가 수직에서 2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지만 안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1, 2층은 건드리지 않고 상륜부와 사각 난간, 팔각 난간 등 훼손이 심한 부분만 해체했다”고 설명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 박리와 균열이 심한 부재 8개는 새것으로 교체했다. 콘크리트로 땜질한 부분은 정과 드릴 등을 동원해 수작업으로 해체했다.

빗물이 고여 몸살을 앓던 다보탑이 몸에 낀 이끼류 등의 때를 깨끗이 씻어낸 뒤 제 모습을 찾았다. 금이 간 부분은 접합하고(사진 1) 탑의 부재들이 연결되는 이음매 부분도 때워 단단히 만들었다(사진2). 보존처리가 완료된 다보탑 2층 사각 난간을 조립하고 있다(사진3).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부재는 손상되지 않도록 건식 세척과 저압와류세척 기법으로 씻어내고 자외선을 쏘아 소독했다. 금이 가거나 껍질이 벗겨진 부분은 접합하고 강화 처리했다.

사람의 뼈대에 철심을 박듯 티타늄으로 보강장치를 대기도 했다. 수리는 끝났지만 연휴 동안에는 비계(공사를 위한 가설물)를 치우지 않는다. 관람객들이 탑의 2층 높이까지 올라가 수리·복원된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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