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인지 CG인지 헷갈리는‘아바타’ 둘 다 맞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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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션 캡처’ 기법은 머리에 초소형 카메라를 달아 배우의 얼굴 근육과 눈꺼풀, 눈동자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컴퓨터로 옮긴다. [20세기폭스 제공]


17일 개봉 이후 11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보름째인 31일 50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연말 특수를 맞아 예매전쟁도 치열하다. 특히 “3D이므로 대형 스크린에서 봐야 제격”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CGV 용산·왕십리 등의 아이맥스관은 내년 1월 12일까지 저녁시간 대는 이미 매진된 상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외화는 ‘트랜스포머’(2007년)의 750만 명. ‘아바타’가 이 기록을 넘어서 외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클럽’에 가입할지도 관심거리다.

할리우드 CG 기술의 최대치로 불리는 ‘아바타’의 테크놀로지를 엿봤다.

◆눈빛과 땀구멍·속눈썹까지 생생하게=‘아바타’를 볼 때 드는 가장 큰 궁금증은 ‘아바타의 어디까지가 진짜 연기고, 어디까지가 CG냐’하는 것이다. 정답은 ‘100% CG이면서 동시에 100% 배우의 연기’다.

캐머런은 얼굴에 고무를 뒤집어씌우는 기존의 분장술로는 아바타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영화 속 나비족은 키가 3m인데다 신체비율도 인간과 완전히 다르다. 나비족의 눈은 인간의 눈보다 지름이 두 배나 크고, 눈 사이 거리도 더 멀다. 몸도 인간보다 훨씬 늘씬하고 목이 길며 손가락도 세 개뿐이다. 분장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피부 아래 붉게 비치는 실핏줄도 분장을 하면 표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CG로는 가능했다. 배우들의 얼굴과 몸에 센서(표정과 동작을 읽어 컴퓨터로 전달해주는 장치)를 부착해 연기를 시키고 이를 카메라로 찍어 CG화하는 ‘퍼포먼스 캡처(혹은 모션 캡처)’ 기법을 이용했다. 배우들은 1년간 로스앤젤레스에 마련된 ‘볼륨’이라는 세트장에서 판도라의 진흙탕과 물·나무·산 등을 상상하며 달리고 뛰고 싸우는 연기에 몰두했다.

이것만으로는 ‘혁명’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퍼포먼스 캡처는 ‘반지의 제왕’ 3부작 이후 이미 할리우드에서 보편화된 기법이다. 퍼포먼스 캡처는 표정, 특히 눈빛을 실감나게 반영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아바타’는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장비를 배우들의 머리에 씌우는 ‘이모션 캡처’기법으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 장비는 카메라가 배우들의 얼굴 쪽으로 향해 있어 배우들의 얼굴 근육과 눈동자 움직임, 심지어 땀구멍과 속눈썹 떨림까지 세밀하고 정확하게 기록한다. ‘감정(emotion)까지 표현한다’고 해 ‘이모션 캡처’다.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하아∼’하고 숨을 내뿜으며 으르렁대는 분노, 판도라가 파괴되는 광경에 울부짖는 격정, 주인공 제이크(샘 워딩턴)와 교환하는 애틋한 눈빛 등의 표현은 이모션 캡처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출연 배우들은 완성된 영화를 보고 “인물의 성격뿐 아니라 영혼까지 담아냈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디지털 캐릭터는 배우들의 얼굴을 360도 촬영하고 면밀하게 관찰한 후 만들어졌다. 세트장에는 250여 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세분화된 각도에서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았다. 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CG 의존도가 현격히 높았음에도 “‘아바타’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다”라고 캐머런이 단언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가상카메라로 ‘따로 또 같이’=가상 카메라(시뮬-캠)는 ‘아바타’가 낳은 또 하나의 혁신적 발명품이다. 지금까지 퍼포먼스 캡처는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 무대에서 배우들이 뛰고 달리는 연기를 한 뒤 CG작업을 거치는 것이었다. CG를 입힌 결과물을 즉석에서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상카메라로 보면 샘 워딩턴과 조 샐다나·시고니 위버(그레이스 박사)가 뛰는 장면이 곧바로 판도라의 푸른 자연 속에 아바타들이 달리는 장면으로 바뀐다.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이 실제 연기와 CG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합쳐주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서는 실사영화 연출할 때와 똑같은 감각을 유지해 연기의 사실성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수안경을 쓰고 관람하는 3D영화이지만, 물체가 관객 눈 앞에 느닷없이 떨어지고 등장인물이나 소도구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가는 식으로 ‘입체’를 강조하지 않은 카메라워크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느 3D영화에 비해 시각적 피로감이 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선민 기자

◆3D 영화=사람의 오른쪽 눈과 왼쪽 눈 사이는 6.5㎝ 떨어져 있어 사물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본다. 이것이 뇌에서 합쳐져 사물의 상(像)이 완성된다. 3D입체영화는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같은 장면을 두 대의 카메라로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뒤 두 종류의 영상을 특수안경을 끼고 보면 입체감이 느껴지는 방식이다. 영화를 관람할 때 측면보다 중앙에서 봐야 이미지를 인식한 후 생기는 잔상이 분리되지 않아 눈의 피곤함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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