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총재선출 반기 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2일 한적(韓赤) 신임총재를 선출하면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대통령이 낙점한 후보를 만장일치로 선출하던 관례를 깨고 일부 중앙위원들이 한때 반기(反旗)를 든 것. 회의 벽두 중앙위원인 서영훈(徐英勳)민주당 대표는 "한적이 독립단체지만 현실적으로 정부와 협조해야 할 일이 많다" 며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을 후보로 추천했다.

"張이사장을 선출해 달라는 게 대통령의 뜻" 이란 말도 꺼냈다.

그러나 서울대 명예교수인 유달영(柳達永)위원은 "민주사회에서 청와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며 현 총재의 유임을 주장했다.

순수 적십자 위원들이 "무기명 투표로 민주적 절차를 밟자" 고 동조하자 다급해진 8명의 정부측 위원들은 "상부지침" 을 내세우며 정회를 요구했다.

정부측은 주무 장관인 차흥봉(車興奉)보건복지부장관을 불러 30여분간 민간 위원들을 설득한 후 전체회의에서 張이사장을 전원(22명)만장일치로 뽑았다.

한적 관계자는 "1회 유임이 보장된 총재를 무리해서 바꾸고, 총리 출신이 오던 자리에 의외의 인사를 보낸 데 대한 반발" 이라고 풀이했다.

한적은 5.16 직후 박정희(朴正熙)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 추천한 군 출신 인사를 거부하고 최두선(崔斗善.국무총리 역임)씨를 총재로 선출한 적이 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