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들 '동백섬 살리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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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부산의 관광명소 동백섬을 시민 품으로 돌려달라. " 부산 시민들이 천혜의 관광지인 해운대 동백섬 되찾기 운동에 나섰다.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1백여 명은 지난달 25일 해운대 조선비치호텔앞에서 '동백섬 살리기 시민 한마당' 행사를 가진 뒤 동백섬 살리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동백섬은 자갈치.태종대 등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 울창한 동백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순환 도로는 산책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정상으로 연결된 여러 갈래의 오솔길도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있다. 동백섬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달맞이 언덕과 오륙도는 경치가 일품.

그러나 동백섬에서 절경을 바라다 볼 수 있는 장소 대부분이 군시설 등이 들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동백섬 면적은 4만2천4백82평. 이 중 국방부 소유가 2만5천6백여 평으로 60%를 차지하고 있다.국방부는 동백섬을 군사작전 지역으로 지정, 철책을 치고 관광객의 해안 접근을 막아왔다.

동백섬에는 6.25 전쟁 때 탄약을 해상으로 수송하기 위한 부두시설이 서쪽 해안에 설치되면서 군인이 주둔하기 시작했다.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은 "지금은 동백섬에 부두시설이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며 "부두시설을 관광객용으로 활용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임의 이동호(李東鎬)사무국장은 "군 부대가 있는 서쪽은 경사가 완만해 오륙도 쪽을 조망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 들어서기 적합한 곳" 이라고 말했다.

동백섬 남쪽 끝 2층 건물의 군 초소도 경관을 해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높은 벽돌 담과 철조망이 탁 트인 남쪽 바다를 바라보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동백섬 입구에 있는 모래하치장에는 1만5천t의 모래가 1년 넘게 흉물로 방치돼 있다. 동백섬 남쪽 바닷가에 있는 부경대 수산연구소도 굳이 동백섬에 있을 이유가 없는 시설로 꼽힌다.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은 지난 6일 부경대와 수산연구소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또 오는 13일에는 군부대 관계자들을 만나 시민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군부대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 모임은 시민들을 상대로 동백섬 살리기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李사무국장은 "내년 말 까지는 군부대 이전 등 문제를 마무리 짓고 동백섬을 재정비해야 부산아시안게임과 월드컵 때 관광객을 맞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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