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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투자자금 아시아로 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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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올들어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세가 한풀 꺾이자 미국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의 일부가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자금 유입은 하반기 들어 더욱 가시화하고 있어 국내 주식시장에 밝은 전망을 던져주고 있다.

11일 미국의 펀드조사기관인 AMG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전세계 시장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널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1백67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이 펀드에 유입된 자금(40여억달러)의 네배에 이르는 큰 액수다.

인터내셔널펀드는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자금으로 이중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대만.인도 주식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참고하는 모건스탠리 캐피털인덱스(MSCI)이머징마켓 지수에는 국내 주식의 편입 비중이 14% 안팎이다.

외국계 펀드의 자금 유입에 힘입어 외국인들은 올들어 국내 증시에서 12조6천6백2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반도체 주식을 대량 사들이며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매수세력으로 자리잡았다.

AMG에 따르면 인터내셔널펀드에는 지난주(6월 29일~7월 5일)에도 8억9천1백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것이 외국인들이 지난 7일과 10일 3천81억원, 2천4백16억원을 각각 순매수한 원동력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펀드 이외에 미국과 전세계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펀드에는 지난주 3억3천4백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으며, 이머징마켓펀드에는 1억4천7백만달러, 아시아.태평양지역펀드에는 4천4백만달러가 각각 순유입됐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김기태 이사는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며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외국계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면서 외국계 펀드들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 반도체 등 기존 투자종목들이 일단 혜택을 볼 전망이나 기존의 편입비중이 커 추가 매수규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한동욱 애널리스트는 "1998년까지 미국 시장이 다른 나라 시장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으나 99년부터 이머징마켓의 수익률이 미국 시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면서 "최근 인터내셔널펀드 등에 자금 유입이 지속돼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시장 투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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