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치료-마음의 상처, 책으로 다스려요] 2. 형을 미워하는 동생, 동생을 구박하는 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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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앤트
베치 바이어스 글, 마르크 시몽 그림
지혜연 옮김,보림, 32쪽, 6500원

장난감 형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이경임 옮김
시공주니어, 28쪽, 7500원

동생의 비밀
윌리엄 블레이크 외, 장경렬 엮음
문학과지성사, 165쪽, 6000원

형제간의 경쟁적 관계와 출생 순위에서 오는 긴장과 질서가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다. 이러한 형제 간 갈등(여기에는 자매 간이나 남매 간도 포함된다)은 부모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으려는 아이들의 몸부림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사랑과 인정이 생존을 위한 ‘심리적 젖’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형제 간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사람은 일차적으로 부모일 수 있다. 한 자녀를 유난히 사랑하거나 불공평하게 대하는 것이 형제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커가면서 스스로 상대방과 비교하거나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비교당하기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 가운데 열등하다고 느끼는 형제는 항상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독서치료라고 하면 ‘치료’라는 단어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정상적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또 다른 측면의 독서치료이다. 이럴 때 독서치료 자료로 많이 사용하는 책이 그림책이다. 연령 불문하고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 간에 잘 싸우는 아이들을 위한 책 중에서 형 입장에서 쓴 책으로 『내 동생 앤트』를 권할 수 있다. 학교생활을 시작한 아이들 중 어린 동생을 둔 형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네 장면으로 나뉘어 있다. 책에서 동생은 형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해 형을 귀찮게 하고 난감하게 만들지만 이 형은 화를 내면서도 그런 동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여기서 부모는 동생 편만 들고 있는데, 이런 책을 보며 형은 책 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형의 입장에서 많이 공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반발하기도 한다. 너무 착한 형이 못마땅하기도 한 것이다. 이때 부모들은 형이 실제로 언제 가장 억울한지, 책 속의 동생이 언제 맘에 안 드는지 맘껏 얘기하도록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형 입장에서 불만을 얘기할 때 부모나 치료자는 형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평소에 동생에게 못했던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카타르시스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그 후 형과 동생의 역할을 바꾸는‘역할 놀이’를 하면 동생의 입장도 이해하게 돼 스스로 어떻게 동생을 대해야 하는 지, 형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다. 억지로 바람직한 행동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행동 변화에 훨씬 효과적이다.

동생의 입장에서 쓴 책으로는 『장난감 형』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형은 동생을 귀찮아해 동생이 자기를 따라다니면 때리기도 한다. 그런 형이 아버지의 실험용 약을 잘못 먹어 장난감처럼 작아진다. 처음에는 재미있어 하고 고소하기도 하지만 점차 형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원래의 모습을 찾아주려 노력하다 결국 온 식구가 힘을 합한 끝에 원래 모습대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다시 형제는 싸우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형에게 구박받던 동생이 장난감 크기로 변한 형을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며 즐거워하다 결국 형을 걱정하며 안타까워하는 심경 변화가 잘 표현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책 속의 동생과 형의 특징을 살펴본 뒤 실제 자신의 상황과 비교해 보게 하면 훨씬 깊이 있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이때도 역시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모범 답안을 내놓기 전에 충분히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게 하고 아이들의 말에 공감하며 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라면 어떤 느낌일지, 어떻게 했을지에 대해 충분히 얘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동생의 비밀』이라는 동시도 활용해 보자. 시는 누나에게 설탕나무를 생일 선물로 주기 위해 정원에 설탕 덩어리를 심어놓는 동생의 이야기다. 설탕나무가 자랄 것이라고 생각한 동생이 비가 와서 다 녹아버린 설탕을 보고 우는 것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누나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런 시는 같이 낭송해 보고, 어디가 재미있었는지 느낌을 나눈 후에 첫 연만(내 생일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인데요) 놔두고 비슷한 시를 직접 써 보게 할 수 있다.

독서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책이나 시를 읽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그 마음을 제대로 읽어 위로해 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역할놀이를 통해 억울했던 점을 충분히 풀어주고 정서적으로 편안해지면 그 다음에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다. 형제 간의 갈등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형제라는 이름의 타인』이라는 성인용 책이 나올 만큼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된 뒤에도 우리와 함께 가는 문제인 듯 하다.

김현희(한국독서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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