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공무원 부부 살해범은 큰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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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8일 오전 9시20분쯤 전남 영암군 영암읍 영암군청 직원 김모(51·6급)씨 집에서 김씨와 부인 조모(5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머리 등을 둔기로 수차례 얻어맞은 채 안방에서, 조씨는 흉기로 10여 차례 찔린 채 부엌에서 숨져 있었다. 김씨는 24일 밤 동료와 회식을 하고 귀가한 후 연락이 끊겼다. 26일 지인들과 보성 녹차밭에 함께 갈 약속을 잡았지만, 연락 없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난 28일에도 출근하지 않자, 이를 이상히 여겨 집에 찾아간 동료 직원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24일 이후 집에 들어오지 않은 부부의 큰아들(24)을 용의선상에 올려놨다. 아들 김씨는 부모의 사망 사실을 전해 듣고 태연하게 경찰에 출석해 유족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차에 있는 혈흔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영암경찰서는 28일 “증거를 내세워 아들을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아들은 24일 족구동호회 회원들과 식사를 한 뒤 밤 10시쯤 집에 들어갔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울고 있는 어머니를 본 아들 김씨는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그만 괴롭히라’고 소리치며 말다툼을 벌였다. 아버지는 김씨의 뺨을 두 차례 때렸고 이에 격분한 김씨는 둔기로 아버지의 머리 등을 수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이후 아들은 범행 사실이 발각될까봐 어머니까지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살해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6월 제대해 아직 대학에는 복학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와 각별히 지냈으며 엄한 성격의 아버지와는 간혹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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