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폭풍에 잠 못 드는 동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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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리 포터' 폭풍이 지구촌을 또 한번 강타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제4권 '해리포터와 불의 잔(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이 전세계에서 동시에 판매되기 시작한 8일 0시 1분(미국 동부시간), 미국과 영국의 주요 서점엔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점 앞에서 하루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줄을 서는가 하면 미국의 학교 당국이 학생들이 잠을 못잘 것을 우려, 밤에는 책을 팔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이 책은 미국에서만 하루에 3백80만부가 팔려 초판이 매진됐다.

통상적인 베스트셀러 판매부수의 40배다.

60만부를 사전 예약받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은 8일 군사작전을 벌이듯 25만부를 배달했으며 이로 인해 배달업체들이 또다른 호황을 맞고 있다.

미국 최고의 인기작가 존 그리셤의 법정 소설도 초판 규모가 2백50만부에 불과한 점을 비교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성공이다.

작가인 조앤 K 롤링은 "6백40쪽 분량인 제4권은 전편들보다 분량이 두배에 가깝고 가장 쓰기 힘들었던 작품" 이라며 "책 내용에 대해서도 독자와 출판업자들로부터의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 고민했다" 고 술회했다.

영국 에든버러 출신의 가난한 이혼녀로 아기에게 우우사줄 돈이 없어 전전긍긍했던 롤링은 포터의 성공으로 2년만에 2천만달러(약 2백20억원)을 가진 거부가 됐다.

포터 시리즈는 어렸을 때 악한 마법사에 의해 부모를 잃은 고아 해리 포터가 11세 생일날 만난 털북숭이 거인의 도움으로 마법학교인 호그와트에 들어간 뒤 벌이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다.

4권은 마법학교간 경연대회 출전자를 정하는 '불의 잔' 에서 이름이 뽑혀나온 해리의 맹활약을 그리고있다.

등장인물중 한명이 숨지고 사춘기에 접어든 포터가 여자친구에 관심을 갖는다는 내용이 미리 알려져 더욱 호기심을 모았다.

평론가들은 "포터가 펼치는 상상력의 세계는 조지 루카스의 영화 '스타워스' 에 견줄 정도로 뛰어나며 그 때문에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단숨에 빨려들게 된다" 고 평한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98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99년) '해리 포터와 아즈크반의 죄수' (99년)등 1, 2, 3권은 35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3천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4권은 1백10개국 49개 언어로 번역돼 나올 예정이며 한국에선 두달간의 번역작업을 거쳐 9월초 출간된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워너 브러더스가 완결편인 7권까지 한꺼번에 판권을 사들여 내년께 영화로도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영화로 만들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제약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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