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부모 공양 효녀상 받은 김현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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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오빠들에게 누가되지나 않을까 걱정돼요. "

충북여성민우회(회장 강혜숙)가 남성 위주의 효도문화에서 탈피하고자 제정한 '올해의 효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현순(金賢順.37.공무원.충북 괴산군 증평읍 죽리)씨.

金씨는 7일 시상식에서 사정상 부모를 모시지 못한 오빠들에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2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난 金씨는 고교 졸업 후 결혼해 외지로 나간 오빠.언니를 대신해 결혼도 마다하고 지금까지 부모를 모셔왔다.

그녀가 직장인 충북도 증평출장소와 이웃마을까지 효녀로 소문난 것은 4년전 모친(79)이 암진단을 받고나서 얼마안돼 고혈압으로 쓰러지면서부터.

수술도 받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심해 거동조차 못하는 모친의 병수발만도 힘겨운데 3년전 설상가상으로 아버지(83)마저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이따금 치매증세를 보여온 金씨 부모는 지난해 6월 이후 갑자기 그 증세가 악화됐다.

사람을 몰라보는 건 보통이고 대소변을 아무렇게나 처리해 金씨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일과는 목욕.청소.빨래.식사 수발로 시작되고 끝났다. 부모가 서로 싸울때도 많아 울면서 출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큰오빠의 교통사고로 짐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그녀는 직장내 봉사모임인 '참사랑회' 총무직을 맡아 주말 봉사행사에도 꼬박꼬박 참가한다. 이럴 땐 이웃들이 金씨 부모에게 점심상 차려주는 일을 맡아준다.

오빠집으로 모시려고만 하면 부모가 갑자기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와 '안가겠다' 고 떼쓰는 통에 요즘은 말도 못꺼낸다.

방송통신대를 나온 金씨는 "상을 받으면 행여 부모님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변질될까 두렵다" 면서 "내년에 전문대에 들어가 노인복지학을 공부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증평〓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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