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생 민통선마을서 30년만의 농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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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6일 오후 5시 민통선 북방 마을인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남.대북방송도 잠잠해 조용하던 마을에 꽹과리와 징소리가 요란했다.

이 마을에 봉사활동을 온 고려대 노래얼과 탈.사랑.우리 동아리 회원 일부가 길놀이에 나선 것. 마을의 안녕을 위해 길놀이와 주민 위안잔치로 봉사활동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미리 신청한 주민들의 집을 차례로 방문, 소원을 듣고는 이를 성취할 수 있도록 노래와 사물놀이 장단으로 빌었다.

학생들이 길놀이에 나선 동안 다른 학생들은 숙소인 마을회관에서 어른들께 대접할 음식을 준비했다. 음식이래야 떡과 국수 과일이 전부이지만 학생들은 정성을 다했다. 음식이 마련되고 길놀이에 나섰던 학생들이 돌아오자 주민들과 학생들은 한데 어울려 노래.춤판을 벌이며 밤이 이슥토록 석별의 정을 나눴다.

생창리에 대학생 농활팀이 들어온 것은 30여년만이다. 민통선 북방이라 군부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고 주민 또한 대학생 농활에 거리감을 두어 왔었다.

어릴 때 마을에 온 농활팀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 거린다는 김영인(金英仁.41)이장과 마을 청년들이 군농민회에 농활팀 배정을 의뢰, 군부대와 협의 등 우여곡절 끝에 20여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주민 김남용(金南龍.32)씨는 "낙도나 마찬가지로 사람이 그리운 마을에 학생들이 찾아주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나섰던 학생들도 민통선 북방 마을은 이번이 처음. 철책은 물론 남.북한 초소가 보이는 마을에서 학생들은 분단의 현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지선(尹智善.21.미술교육과 2년)씨는 "조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며 "주민들이 너무 정겹게 대해줘 해마다 오고 싶다" 고 말했다.

철원〓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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