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건강보조식품 부작용 따지니 발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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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부인회가 운영하는 소비자 상담실에 근무하고 있다. 얼마 전 상담실로 7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방문했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의 손에는 건강보조식품 두 상자가 들려 있었다.

할아버지는 방문판매를 하는 회사의 사원으로부터 당뇨로 고생하는 할머니를 위해 상자당 30개가 들어 있는 건강보조식품을 19만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판매사원은 당시 그 건강보조식품이 당뇨에 특효가 있다는 점을 몇차례나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이를 오전.오후 두 차례씩 6일간 복용한 뒤 오히려 혈당량이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해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이같은 사정을 설명한 뒤 의사소견서를 내놓으셨다.

소견서에는 '최근 혈당 검사상 양조절이 완전하지 않아 식이요법.운동을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고 적혀 있었다. '잘 부탁한다' 는 말씀을 남기고 돌아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니 참 씁쓸했다.

회사측에 전화로 문의했더니 회사측은 "제품을 복용한 뒤 효과를 보는 사람도 많지만 체질에 맞지 않을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고 상투적인 해명을 내놓았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노인들이라고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없이 '우선 팔고 보자' 는 식으로 제품을 팔아도 되는지 묻고 싶다. 회사측의 무신경이 자칫 연로한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영.대전시 서구 도마 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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