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 파업예고에 금융시장 민감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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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융노조의 파업 강행이 나흘 앞으로 다가서면서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국내외에서 파업 은행의 주가가 떨어지고,불안을 느낀 예금과 거래기업들이 파업 불참은행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등 시장이 파업 은행과 불참은행을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장의 반응은 파업 참여여부를 고민하던 일부 은행들을 불참 쪽으로 선회시키고 있으며,단절됐던 노·정(勞·政)간의 대화를 재개시키는 등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 파업 문제가 가시화된 이후 파업 참여 은행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주식예탁증서(DR)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한빛은행 DR는 지난달 30일 주당 5.03 달러에서 4.78달러로 떨어졌다.국민은행도 주당 12.78달러에서 12.43달러로,주택은행은 23.40달러에서 23.05 달러로 각각 내렸다.

반면 파업에 불참키로한 신한은행 DR는 같은 기간동안 주당 18.73 달러에서 19.18 달러로 유일하게 값이 올랐다.

예금 이동도 가속화되고 있다.신한은행의 경우 이달들어 닷새동안만 은행계정 수신이 3천2백80억원 증가했다.이는 월평균 수신 증가규모(7천억∼8천억원선)에 비해 매우 큰 증가폭이라는 것이 자금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H은행 강남지역 지점장 M씨는 “오늘 한 벤처기업가가 창업자금 20억원을 들고 왔다”면서 “그동안 거래해온 S은행이 파업 참가를 선언해 주거래은행을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기업들도 파업 강행에 대비,외환거래선 변경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삼성전자는 하루 5천만달러에 이르는 수출대금을 차질없이 처리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인 한빛·외환은행에 외환업무를 정상적으로 할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국은행으로 수출네고 업무를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6일 파업 불참을 최종 결정한 한미은행 관계자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거액 고객들이 많은 우리 은행의 특성 때문에 직원들이 대부분 파업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과 이용득(李龍得)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7일 오전 10시 은행회관에서 회동,은행 파업을 막기 위한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경제부·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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