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철원에 살어리랏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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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를 떠나 강원도 철원 지역을 찾은 재두루미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다. 재두루미는 일본 이즈미 지역으로 이동해 겨울을 지내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철원에서 겨울을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철원=김경빈 기자]

강원도 철원 민통선 지역이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의 ‘겨울 낙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재두루미의 겨울철 이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겨울철 철원지역의 재두루미의 숫자를 조사한 결과 주요 월동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出水)시로 이동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달 14일 철원지역에서 2735마리의 재두루미를 관찰했고, 이달 19일에도 1279마리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이즈미시에서는 지난달 14일 350마리, 이달 19일에는 2155마리가 관찰됐다. 올 11, 12월 이즈미시의 재두루미 숫자는 지난해 11월에 비해서는 173마리, 12월과 비교하면 573마리가 줄어든 것이다.

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 김진한 박사는 “최근 철원의 기온이 상승하고 눈이 쌓이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재두루미의 이동도 한 달 정도 늦어졌다”며 “기온도 떨어지고 27일 눈도 내려 뒤늦게 재두루미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철원지역의 12월 최저기온 평균은 1999년 영하 9.1도였으나 2009년 12월은 영하 7.4도(27일까지)로 1.7도나 높았다. 김 박사는 “재두루미가 바다를 건너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즈미로 이동하는 것은 철원지역에 눈이 쌓이면 논에서 낙곡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올겨울에는 서둘러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아예 겨울 내내 눌러앉기도 한다. 환경부가 매년 1월 실시하는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에서도 철원지역의 재두루미 숫자는 2005년 1월 765마리에서 2006년 1034마리, 2007년 1064마리, 2008년 1177마리, 2009년 1464마리로 늘고 있다.

월동하는 재두루미가 늘면 철원지역의 겨울철 생태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 박사는 “철원에서 월동하는 숫자가 늘어나면 이즈미에 집중되는 재두루미를 분산시켜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는 세계적으로 7000여 마리만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람들이 먹이를 주는 데다 눈이 쌓이지 않는 이즈미에는 재두루미·흑두루미가 1만3000여 마리 넘게 모여들어 월동한다.

한·중·일 조류 전문가들은 전염병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두루미가 흩어져 겨울을 지내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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