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길이 있다] 코 막혀 입으로 숨쉬는 아이, 껌·테이핑 요법 써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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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호흡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삶 전체를 뒤흔들 만큼 엄청나다.

우선 성장을 하면서 얼굴의 형태가 밉상으로 바뀐다. 입으로 숨을 쉬면 턱과 얼굴 뼈 성장에 영향을 줘 ‘말상’이라고 부르는 아데노이드형 얼굴이 될 수 있다. 얼굴 폭이 좁고 길며, 아래턱이 뒤로 처져 입이 돌출돼 조금만 웃어도 잇몸이 훤히 보인다.

충치도 잘 걸린다. 입을 벌리고 있으면 침이 말라 입안이 건조해진다. 입안의 세정작용을 하는 침이 부족해 세균 활동이 왕성해진다. 이로 인해 충치 등 구강질환이 잘 생길 수밖에 없다.

뇌에 산소 공급도 부족해진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해 성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입호흡을 하면 깊은 잠을 자기 어려워 숙면 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 또래보다 성장이 더딘 이유다. 이 밖에도 입호흡은 면역력 저하, 호흡기질환 악화, 치아 부정교합, 다크서클 생성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실제 본원에서 1년간 코막힘과 입호흡으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 1022명을 분석한 결과, 성장장애가 발생한 어린이가 11%(112명)나 됐고, 주걱턱 9.8%(100명), 아데노이드형 얼굴 7.8%(79명), 치아 부정교합 13.3%(135명), 다크서클 10.2%(104명)로 나타났다.

입호흡의 원인은 코막힘이다. 본원 조사에선 알레르기성 비염, 축농증 등 코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가 79.2%를 차지했다. 여기에다 잦은 감기에 의한 입호흡이 15.5%, 과격한 운동에 의한 입호흡이 5.3%였다.

입 호흡을 예방하는 입테이프(왼쪽)와 비강을 넓혀주는 노즈리프트.

입호흡은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힘들다. 이미 습관성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원인 질환인 알레르기 비염이나 축농증을 치료하면서 입을 막고 코로 숨을 쉬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본원에선 입호흡을 하는 여자 어린이에게 노즈리프트 치료와 껌 요법, 테이핑 요법을 실시했다.

노즈리프트는 콧속 공기 통로를 확대하는 것이고, 껌 요법은 하루 3회 1시간씩 껌을 씹는 것이다. 입을 다물고 껌은 양쪽 치아로 고루 씹는다. 또 테이핑 요법은 잠을 잘 때 입을 테이프로 막고 수면을 취하는 방법이다.

결과는 매우 좋았다. 한방 처방약은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92.4%의 환자가 효과를 보았고, 입호흡 습관을 고쳐주었더니 96.9%의 환자가 입호흡을 개선했다. 한방 치료는 코막힘의 원인과 건강 상태에 따라 소청룡탕·형개연교탕·맥문동탕·신비탕을 가감해 사용했다.

소청령탕엔 마황·백작약·오미자 등 8가지 한약재가 동원된다. 마황은 항알레르기 작용을, 작약은 소염·이뇨 작용, 오미자는 기침과 체력 증강 효과가 있다.

이 내용은 2010년 2월 26일부터 3일간 열리는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일본 지바시)에서 ‘코막힘의 한방 치료, 입호흡의 테이핑 요법에 의한 천식·아토피 피부염·알레르기의 면역증강 효과’라는 제목으로 발표된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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