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의 빛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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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호 11면

나이 ‘오십’이면 장년도 중년도 지난 늙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중년’도 마흔 안팎이라니 ‘오십’이면 그냥 늙은이입니다. ‘늙은이’는 좀 거북하니 ‘중늙은이’ 정도로 위안 삼으렵니다. 공자는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지만 턱없는 말씀이고 사십의 ‘불혹(不惑)’도 떼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하릴없이 나이만 먹고 있습니다. 산골에서 뜻을 세워 이 짓 저 짓 해 보지만 빈구석이 많아 보이고, 그렇다고 겉모양이나 좇아 권력이나 명예를 얻고자 세상 흐름에 몸을 던진 것도 아니니 천생 별 볼일 없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별 볼일 없는 사람의 특징은 내 앞에 펼쳐진 것이 약인지 독인지는 판단할 줄 알아도 내 안에 있는 독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어리석음이 있는 줄 모릅니다. 내가 세상을 향해 얼마나 많은 독을 뿜어댔는지를 되짚어 봅니다. 해가 바뀌는 요즘에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과의 간극이 얼마만큼인지도 고민해 봅니다. 빛을 찾아 순천만에 갔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정화시킨다는 갯벌에 빛이 가득합니다. 구불구불 이어진 물길 따라 빛이 더욱 밝은 곳으로 마음이 갑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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