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박물관 세운 천신일 ㈜세중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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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비바람에 시달리고 이끼가 군데군데 파먹은 옛 돌조각은 세월의 무게, 이름모를 석공들의 예술혼 등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

지난 1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리에서 문을 연 '세중 돌 박물관' 설립자 천신일(千信一.57)씨. 그는 "박물관 개관이 우리 민속예술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더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최근까지 레슬링 협회장을 지낸 그는 현재 ㈜세중.세중여행사.세중컴퓨터시스템즈 대표이사를 맡고있는 중견기업인.

사재를 털어 세운 5천여평 규모의 박물관에는 그가 지난 20년간 수집해 온 돌조각 54종 1만여점이 전시돼 있다.

"1980년 인사동의 한 골동품상에서 주인과 한 일본인이 돌조각 사진들을 놓고 가격을 흥정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됐죠. '왜 우리 고유의 민속예술품을 외국으로 유출시키느냐' 고 물었더니 '일본인은 값을 깎지 않는다' 고 대답하더라고요. 화가 나 흥정된 그 가격으로 컨테이너 2대분의 돌조각을 몽땅 샀습니다." 당시까지 도자기.서화.목기 등에 관심을 갖던 千씨가 옛 돌조각 수집으로 선회한 계기였다.

"무덤을 지키던 문인석과 무인석을 보면 상전을 모시는 신하의 엄숙한 얼굴입니다. 하지만 잘 들여다 보면 '나도 사람이고 내 나름의 생각이 있지만 감추고 있다' 는 표정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낮은 계층이던 석공이 자신의 생각과 예술혼을 담았던 것이지요. "

그는 "앞으로 외국의 돌조각을 수집하고 교환전시도 추진해 세계 돌 박물관으로 키워나가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글〓조현욱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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