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해외 과학학술지 싼 값에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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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이화여대에서는 올들어 교수.학생들로부터 해외 과학기술분야의 학술지 추가 구독 요구가 뚝 그쳤다.

전국 대학도서관.연구소가 연합해 만든 '전자저널 국가컨소시엄(KESLI)' 에 가입한 덕에 세계적인 과학기술학술지 출판사 5개사로부터 1천7백60종의 '디지털 학술지' 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더 구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천5백40종의 종이로 된 학술지를 구독하는 데 연간 12억원을 냈다.

그러나 1천7백여종에 가까운 디지털학술지를 추가로 구독하는 데 연간 2천40만원을 더 내고 있을 뿐이다.

세계 기술흐름 파악과 개발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해외과학기술학술지의 구독.활용에 새바람이 일고 있다.

학술지 발행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공동구매와 활용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자저널 국가컨소시엄에 가입해 있는 대학.연구소 등은 1백42개. 연구기능을 하는 웬만한 곳은 모두 참여하고 있다.

대량 구매로 싼값에 사고, 이용방법도 디지털시대에 맞게 개선하자는 목적으로 민간차원에서 이뤄진 컨소시엄이다.

핵심역할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하고 있다.

현재 이 컨소시엄이 디지털학술지 구독 계약을 맺은 해외출판사는 미국 ACS.블랙웰 사이언스.크루월.엘스비어.스프린저 등 5개사. 이 출판사들이 종이학술지와 병행 발행하는 디지털학술지는 1천9백29종이나 된다.

세계 유수의 과학기술학술지는 대부분 이들이 발행하고 있는 셈이다.

1천1백50종의 디지털학술지를 발행하고 있는 엘스비어에는 89개 기관이, 4백10종을 발행하는 스프린저에는 1백42개 회원기관이 모두 가입해 있다.

컨소시엄에 가입한 기관은 최소한 4백10종의 디지털학술지를 구독하는 셈이다. 국내 대학.연구소간에 극심했던 학술지 구독 빈부격차가 올들어 일시에 해소된 것이다. 상향평준화가 이뤄진 것.

KAIST 최호남 정보개발팀장은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개별 기관별로 구매하기에는 너무 비싸 엄두도 못냈던 일" 이라고 말했다.

5개 출판사의 디지털학술지를 개별기관이 모두 구입할 경우 약 43억원이 들지만, 컨소시엄을 통해 협상을 벌여 기관별로 평균 3천만원만 부담하면 됐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과학기술분야의 학술지를 본다는 KAIST, 서울대 등은 약 2천종의 학술지를 구독한 데 비해 재정이 빈약한 상당수의 대학들은 겨우 수십종만을 구독하는데 그칠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있었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가 돈을 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구축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 전자도서관' 이 이러한 바람몰이에 기반시설 역할을 하고 있다.

컨소시엄 참여기관들은 이 전자도서관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학술지를 구독하고 각종 다양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 전자도서관은 현재 단순히 디지털학술지 공동 구독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완전히 구축되는 내년말이면 세계 과학기술정보가 모인 '개인전자도서관' 역할을 할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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