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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들어간 금융노조] 찬성 50% 넘을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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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일 단행된 은행권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찬성이 반수 이상으로 나올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금융산업노조와 정부간에는 대화채널이 단절돼 있어 11일로 예정된 파업일까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금융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일부 은행들은 은행 내 사정을 이유로 동조파업을 거부하고 있고, 은행별로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파업대책을 마련 중이어서 고객들이 최악의 피해를 보는 상황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 파업 투표 진행 중〓한빛.국민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을 포함한 22개 금융기관(일부는 지난주 실시)에서 3일 총파업 찬반투표가 일제히 실시됐다.

대부분 노조원들이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한빛.국민.조흥은행 등이 서울지역 투표결과를 잠정집계한 결과 찬성률이 80~9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22개 기관 전체의 투표 결과가 50% 이상의 찬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다.

이에 따라 각 은행 노조에선 이미 파업 준비에 돌입, 오는 6일까지 1백억원 규모의 파업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모금에 착수했다.

이 기금은 파업과정에서 식대 등 경비로 쓰이는 것은 물론 일부 핵심간부들이 구속될 경우 생활비 보조 용도로도 지원될 예정. 은행별로 행원급 10만~15만원, 책임자(대리.과장)급 20만원, 차장 이상은 30만원씩 갹출해 10억원 이상씩 거둘 계획이다.

◇ 이탈 은행도 있다〓지주회사를 통한 합병 대상으로 거명된 한빛.조흥.외환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총파업에 적극적인 가담 의사를 밝히고 나선 반면 후발 은행 및 외국계 대주주가 있는 은행들은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하나.한미은행이 대표적. 두 은행 노조는 총파업은 참여하지 않는 대신 사복근무 등 준법투쟁만 벌인다는 방침이다.

한미은행 최영조 노조위원장은 "지난주 비상총회를 개최했으나 파업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며 "준법투쟁을 하는 선에서 성의를 보일 생각" 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 가입기관인 신한.제일은행은 각각 6일, 7일로 투표일자를 미룬 상태이나 각기 재일동포와 미국계 투자펀드인 뉴브리지 캐피털이 대주주라는 특수성 때문에 파업 참가가 힘들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농협과 수출입은행 역시 내부사정을 들어 파업 불참을 통보한 상황. 농협 노조 박길수 정책실장은 "축협과의 통합작업으로 정신이 없어 바깥 일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총파업에 참가할 노조원 숫자는 전체 노조원 8만여명 중 약 80%선인 6만5천~6만6천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 최악의 상황은 막는다〓금융노조는 3일 오후 은행 전산담당 노조원들을 소집, 만약의 경우 은행 전산망 장악에 대비한 현황파악에 나섰으나 아직 전산망 장악까지 파업의 수위를 높일지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전산정보가 집결되는 금융결제원의 주재현 노조위원장은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알리려는 게 이번 파업의 목적이므로 전산시스템은 정상 운영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한편 개별 은행들도 3일부터 파업에 대비해 비상대책반을 구성하는 한편 전산망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K은행 은행장은 "비노조원이 20%밖에 안되기 때문에 파업강행시 인근 점포를 묶어 지역별로 한개 점포만 여는 등 비상대책을 펼쳐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예리.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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