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n세대 과소비 부추기는 TV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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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모 TV 방송에 나온 한 학생이 "요즘 수준 높은 n세대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D시장과 같은 재래시장에는 가난한 학생이나 간다" 고 말하는 것을 봤다.

또다른 프로그램에서는 "강남에 사는지 강북에 사는지는 머리모양이나 옷차림을 보면 안다" 며 강남 우월론을 은근히 과시했다.

물론 유행과 패션에 앞서 가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자 개성표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망국적 지역주의를 더 세분화해 같은 서울에서도 소득과 소비의 수준으로 우열을 나누고 차별화하는 사회현상이 심화하는 데 있다.

실제 요즘 들어 '귀족 마케팅' 이라 불리는 상술이 n세대들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으며, 일부 졸부들은 사치성 소비재를 구입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이처럼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거침없이 과소비를 지향하는 발언을 하고 '강남우월론' 을 얘기하는 청소년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는 빈부차를 조장하는 듯한 내용의 방송을 자제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n세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중한 방송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화려한 외양을 추구하는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형준.서울 도봉구 도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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