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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 없애는건 우릴 해외 성매매에 떠미는 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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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지난 19일 밤 12시. 경기도 파주시 용주골.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씨만큼이나 거리는 싸늘했다.

폭 3∼4m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성매매 업소들이 줄지어 있지만 영업 중인 곳은 몇 군데에 불과했다. 투명 유리창 안쪽에서 반라 차림의 여성들이 지나가는 손님을 유혹하기 위해 기다리지만 애꿎은 담배만 축낼 뿐이다.

◇"지역발전" vs "지역상권 망할 판"

용주골은 수도권 최대 성매매업소로 유명했다. 한때 187개 업소에 750명의 성매매 여성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 5년이 지난 지금 40여 곳만이 문을 열어놓고 있다.
더구나 이달 말부터는 파주경찰서에서 이곳의 완전폐쇄를 목표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인근 상인은 “ 한쪽에선 마을 이미지 개선과 지역발전을 위해 반기는 분위기지만 다른 한쪽에선 집창촌 단속하려다 주변 상권부터 먼저 망하겠다고 불만”이라고 전했다.

◇침울한 용주골

“여자로서 오죽하면 이곳까지 왔겠어요. 유일한 생계수단인 거죠. 동생들 껴안고 죽기 싫어서…."

용주골에서 만난 여성들은 “아가씨들 대부분이 침울한 상태”라고 말했다.
“남들은 비웃을 수 있지만 돈이 필요해서 온 사람들이예요. 딴 데 가서 몸 팔면 되지 않느냐는데 그게 아니라고요.”

전국 집창촌 대부분이 철퇴를 맞다보니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쉽지 않고 불경기라 선불을 해주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상미(28. 가명)씨는 하루아침에 가장이 된 경우다. 부모를 사고로 여의고 중고등학교다니는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이 길을 택했다고 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나왔다는 미영(29.가명)씨는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장애인이 되는 동생이 있다"며 "나로 인해 가족 중 누군가가 생활할 수 있어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라가 아가씨를 수출한다"

성매매를 그만 둔 여성을 위해 보호시설에서 학업도 지원하고 취업을 위한 기술 지원을 하지만 이들은 “실효성의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곳에선 1년간 합숙하면서 미용, 꽃꽂이, 네일아트 등을 가르쳐주고 한 달에 긴급생계지원비 40만 원을 준다. 그러나 이 돈으론 생활비조차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게끔 기술이라도 배워라? 그게 말이 쉽죠. 기자님 한 달 40만 원으로 생활할 수 있어요?"

경찰의 이번 단속에 대해선 "집창촌이란 타이틀은 없어질 수 있지만 이미 변종 성매매업소가 우후죽순 늘어난 걸 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고 했다.

성희(26. 가명)씨는 일본으로 갈 생각이다. “나라가 해외로 나가서 성매매 하라고 등 떠민다”고 주장했다. 상미씨는 “우리 일이 자부심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짓누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이 일이 좋고 나쁨을 떠나 있어야 할 일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글.영상=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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