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2000] 이탈리아-프랑스, 유럽축구 '지존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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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벼랑 끝에서 살아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냐, '지단의 팀' 프랑스냐.

이탈리아가 30일(한국시간)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홈팀 네덜란드의 파상공세에 일방적으로 몰리면서도 연장전까지 무실점으로 버틴 끝에 승부차기에서 3 - 1로 승리, 3일 오전 3시 프랑스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네덜란드는 전반 이탈리아 수비수 잠브로타를 레드카드로 쫓아냈고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두차례 페널티킥까지 얻었지만 프랑크 데부르와 클루이베르트가 실축, 결승 티켓을 스스로 걷어찼다.

주장인 데부르는 승부차기에서도 1번 키커로 나서 실축해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네덜란드는 레이카르트 감독과 베르캄프가 경기 직후 대표팀 퇴진을 발표하는 등 믿어지지 않는 패배에 넋이 나갔다.

내심 이탈리아와 결승에서 맞붙기를 바랐던 프랑스는 쾌재를 불렀지만 16년 만에 우승컵에 입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명으로 버티면서도 네덜란드의 총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낸 '투지' 와 두차례 페널티킥에서도 실점하지 않은 '행운' 이 이탈리아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준결승에서처럼 말디니 - 네스타 - 카나바로가 중심이 된 빗장수비로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최전방 인자기.델 피에로에게 단번에 이어지는 역습으로 승부를 걸 것이다. 승부차기로 가면 더욱 승산이 있다는 표정이다.

1990, 94, 98월드컵 등 큰 경기에서의 승부차기 4연패 사슬을 끊은데다 철벽 수문장 프란체스코 톨도(28)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98프랑스월드컵 결승전에서 두골을 넣은 지네딘 지단이 버티고 있는 한 패배는 없다고 자신한다. 현란한 드리블과 송곳 패스로 프랑스의 '예술 축구' 를 지휘하는 지단은 전방의 앙리.아넬카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직접 득점도 노린다.

프랑스월드컵 8강전 당시 이탈리아에 승부차기 4 - 3 승리를 거둔 바 있어 자신감도 충만하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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