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을 말한다] 가수 이승환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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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34세의 고령(?)에도 '어린 왕자' 이미지를 유지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있는 인기가수 이승환. 그는 주류 가수 중 드물게 방송보다 공연에 정열을 쏟고 있다.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기기묘묘한 이벤트, 드라이아이스가 뿜어지는 가운데 커다란 공을 굴리는 동화적 구성, '이승환 사단' 으로 일컬어지는 후배 가수 수십 명의 코러스 등 그의 콘서트는 화려하고 볼 것 많기로 유명하다.

1년 중 4개월 이상을 전국 순회 공연에 할애하는 것도 다른 가수들에게선 찾기 힘든 열정이다. 그는 이를 통해 방송에서 립싱크로 한몫 보는 주류 가수들로부터 자신을 차별화함과 동시에 그들이 자랑하는 현란한 무대 매너까지 능가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낸다.

그의 무대 매너는 또한 유약한 발라드 가수가 아니라 역동적인 메탈 가수임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그는 데뷔 3년만인 1992년 '세상에 뿌려진 사랑처럼' 이 빅히트하면서 대중에게 발라드 가수로 각인됐고 그 후 꾸준히 발라드 히트곡을 터뜨리며 그 계통의 스타로 굳어졌다.

1995년 4집의 '천일동안' 이후엔 화려한 관현악 반주와 격정적인 드러밍으로 클라이맥스를 터뜨린 뒤 긴 후주로 마감하는 이른바 '이승환표 발라드' 가 그의 전형적 공식이 됐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뿌리는 메탈에 있다. 들국화에 열광했던 전형적인 80년대 록키드인 그는 앨범마다 많은 메탈 넘버를 집어넣어왔다.

최근만해도 '멋있게 사는 거야' '흡혈귀' 등에서 쇳소리 메탈 보컬을 과시했고 '렛 잇 올 아웃' 에는 심지어 데스메탈 풍의 기괴하고 강력한 보컬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이런 노래들을 부르기 힘들었던 만큼 그는 자신의 메탈적 성향을 과시하기 위해 무대를 택하고 있다. 그의 공연 후반부는 거의 대부분 메탈 성향의 곡들로 채워진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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