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핵발언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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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얼굴) 전 대통령이 과거 한국 정부의 핵 관련 실험을 당시 대통령들이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3일 보도했다.

김 전 대통령은 22일 마이니치 신문 서울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정부의 핵 관련 실험에 대해 "당시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며 "실험과 연구는 핵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원자력연구소의 경우 항상 이런저런 연구가 순서대로 기다리고 있는 상태여서 나는 예산 배분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고 말해 (대통령으로서) 연구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또 "연구에는 상당한 인력이 참가하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구원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이니치는 이에 대해 "'과학자가 자발적으로 (핵농축 실험을) 했다'고 한 한국 정부의 주장을 명확히 부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의 재임 기간(1993~98년)에 핵 관련 실험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에 대해 23일 "사실과 다르다"며 "다른 정권의 핵 실험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핵 개발에는 많은 인원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역대 어느 정권도 비밀리에 추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 말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마이니치 기자와 일본말과 우리말을 섞어가며 이런저런 대화를 했으며 배석자는 없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발언의 앞뒤가 뒤섞여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공보관은 "김 전 대통령이 부인하고 있어 정부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말해 정부 차원의 문제로 확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마이니치 기자는 거듭 "보도 내용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마이니치의 보도 내용이 알려지자 조인스 닷컴 등 온라인 뉴스에는 "김 전 대통령이 일본 언론을 통해 국가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내용의 비판 글들이 빗발쳤다. 한 인터넷 이용자(kyb7174)는 "나라의 명예가 떨어지든 말든, 다른 사람이 해를 입으면 자신은 높게 평가받을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이영종.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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