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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안 낳는 사회] 7. "애 키우기 도저히 엄두가 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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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결혼 4년째인 이미나(35)씨 부부는 주변에서 애를 안 낳느냐는 독촉을 받을 때마다 "그냥 우리끼리 재미있게 살면 안 되느냐"고 되묻는다. 이씨는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 예쁜 개나 고양이를 보면 키우고 싶다가도 둘 다 게을러서 못 하고 있다"며 "아이 키우기는 그보다 더 힘들 텐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자녀 없이 사는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DINK) 중엔 육아의 경제적 부담 못지않게 심리적.육체적 부담을 못 견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축복'보다 '짐'이라 여기는 쪽으로 가치관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 결과 기혼 여성 가운데서도 절반 가까이(44.9%)가'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손모(32)씨. 그는 당분간 출산 계획도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좀 높습니까. 몇년 후 헤어질지 모르는데 서로 손해 보지 않도록 해야죠." 손씨는 "이혼 후 서로 아이를 떠맡기 싫다며 버리는 것보다는 아예 안 낳는 게 낫지 않으냐"고 했다. 이정희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소장은 "과거엔 부부가 이혼할 때 아이를 서로 키우겠다고 싸웠지만, 요즘은 서로 맡지 않겠다고 싸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거추장스럽게 여기기는 미혼 남녀도 매한가지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 원장은 "2~3년 전부터 한달에 한명꼴로 미혼 남성들이 찾아와 정관수술을 요구한다"며 "어차피 아이 안 낳고 살 건데 매번 피임하기 귀찮다는 게 이유"라고 전했다.

김태현 한국교원대(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자녀가 주는 효용(만족)보다 비용(부담)이 커져 가능한 한 적게 낳으려고 하는 게 당연하다"며 "다만 젊은 세대의 자녀관이 너무 급속히 이기적인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걱정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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