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세계 자동차 ‘빅10’ 중 8곳 판매 후진할 때 쌍끌이 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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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나온 쏘나타의 새 모델 YF쏘나타. 석 달 동안 4만5000대 가까이 팔렸다.

지난해 12월 말 현대자동차에 미국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인 워즈오토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엔진’에 현대차의 4.6L 타우엔진이 선정된 것. 올해 1월 초에는 제네시스가 북미 자동차 기자단에 의해 ‘2009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가 하면 2월에는 캐나다에서도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적자로 전환하거나 판매가 급감했지만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살려 올해 승승장구했다. 전년 대비 판매가 3∼5% 신장한 것이다. 올해 세계 10대 자동차 업체 가운데 판매가 증가한 곳은 폴크스바겐 이외에 현대·기아차뿐이다.

정몽구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올해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판매 확대 방안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경쟁 업체들이 몸을 움츠린 것과 대조적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쳤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시장에서 신차 구입 후 1년 내 실직 시 차량을 반납받거나 할부금 일부를 대신 내주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이다. 유가가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차액을 대신 내주는 ‘가스 록(Gas Lock) 프로그램’과 같은 미국 내 경제 상황을 절묘하게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 판매 신장의 일등 공신이 됐다. 아울러 GM·포드의 부진으로 미국 대형 자동차 업체만이 광고를 할 수 있었던 ‘수퍼볼’이나 ‘아카데미 시상식’ 등 노출 효과가 큰 행사에 과감하게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현대차는 미국에서 올해 1∼11월 40만1267대를 판매해 지난해 동기(37만7705대)에 비해 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판매가 24% 줄어든 것을 비하면 대단한 성과다.

내수에서는 노후차 교체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지원 의지로 되살아나기 시작한 소비심리를 신차로 불을 붙였다. 올해 그 모습을 완전히 바꾼 투싼ix와 쏘나타(YF)가 주역이다. 신형 쏘나타는 8월 출시되자마자 3개월 만에 4만4977대가, 투싼ix는 4개월 만에 1만8380대가 팔렸다. 투싼의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가 2만2000여 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도 분발했다.

현대차는 올해 1∼10월 중국에서 46만대를 팔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9% 신장했다. 중국 정부의 소형차 구입 지원 제도에 힘입었지만 이는 높은 품질력을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한 중국형 차량 개발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중국형 아반떼 현지 모델인 위에둥(悅動)이 중국 전체 차종별 판매 순위에서 1~2위를 유지했다.

인도에서도 현대차는 올해 1∼11월 총 45만7423대를 생산했다. 특히 지난해 준공한 2공장에서 생산하는 i10은 올해 9월 인도 내수시장에서 1만2733대, 수출 1만3047대 등 총 2만5780대를 판매해 최다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기아자동차가 11월 출시한 준대형 세단 K7. 보름 만에 계약이 1만 대가 넘었다.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차도 호조였다. 기아차는 올해 1∼9월 국내 공장에서 ▶판매 79만대 ▶매출액 12조6882억원 ▶영업이익 7327억원을 기록했다. 판매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6.8% 증가한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해에 이어 내수시장에서 신차로 돌풍을 이어갔다. 지난해 뉴모닝·모하비·포르테·로체이노베이션·쏘울 등 주력 신차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 포르테쿱·쏘렌토R·K7으로 이어졌다. 11월 출시된 준대형 세단‘K7’의 인기가 대단하다. 출시 보름 만에 1만대 계약을 넘어섰다,

2006년부터 추구해온 디자인 경영도 결실을 맺었다. 쏘울이 이달 초 국내 최고 권위의 ‘2009 우수디자인(GD)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중국에서 약진했다. 올해 1∼10월까지 중국에서 18만대를 팔아 전년 대비 55% 신장했다. 중국 현지형으로 개발한 쎄라토가 올해 10월까지 8만4000여 대가 팔려 지난해 연간 판매(7만4000여 대)를 넘어섰다. 특히 이달 초 중국에 투입된 쏘울이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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