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대한송유관공사 직원이 유류절도단 ‘총책’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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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없이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다.

최근 아산경찰서는 대한송유관공사 직원 조모(51)씨를 구속했다. 조씨는 전문 유류절도단이 경유 4000ℓ와 휘발유 900ℓ를 훔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직접 범죄현장에 나가 송유관 매설 지점을 알려주고 범행이 발각된 뒤에는 다른 피의자들이 도망치도록 연락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3월 21일 친구인 H씨와 총책을 맡고 앞서 구속된 K씨 등 다른 피의자들이 자금책과 기술책, 작업책 등을 맡기로 역할 분담까지 주도했다.

경찰수사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대한송유관공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송유관 유류 절도사건이 급증하자 2006년 이후 도유를 예방하기 위해 직원들이 나서 순찰을 강화하는 등 노력해 왔다.

또 송유관로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도유를 찾아내는 누유감지시스템을 도입해 누유가 발생하면 경찰과 합동으로 잠복 활동을 펴왔다. 그러나 정작 집안 단속을 제대로 못해 망신살이 뻗쳤다.

더욱이 조씨는 정유사 차량에 기름을 공급하는 송유관로 출하 담당자로 송유관로에 대한 정보와 도유 위치를 정확히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내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최근 3년간 송유관 절도 현황’과 송유관공사에 따르면 송유관 절도는 지난 2006년 15건, 2007년과 2008년은 각각 31건, 올해는 24건 등 4년 간 모두 101건에 달한다.

연도별 경제적 손실비용도 2006년 54억원에서 2007년 33억원, 2008년 79억원 등으로 모두 166억원으로 집계돼 올해를 포함하면 손실 비용은 4년 간 200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대한송유관공사는 2001년 민영기업(DOPCO)으로 새 출범했다.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지식경제부, 한국석유공사 등 8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설립된 기업이다. 대한송유관공사의 석유 수송량은 우리나라 전체 수송량의 50%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송유관 유류 절도 사건을 예방할 책임이 있는 송유관공사 직원이 사전에 범행을 모의 계획하고 역할분담까지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액 또한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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