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참사 1주년] 인적 끊긴 '악몽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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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간헐적으로 장마비가 내리는 27일 오전 10시30분. 지난해 6월 30일 유치원생 19명 등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씨랜드 수련원 화재사건' 현장은 적막감만 맴돌고 있었다.

사건 후 1년. 악몽의 불법 건물은 가까스로 컨테이너만 철거됐을 뿐 1층짜리 수백평의 시멘트 구조물은 아직도 새까맣게 그을은 모습으로 방치돼 있어 섬뜩하다.

색동 한복에 고깔모자를 눌러 쓴 채 재롱잔치를 벌이던 공연장과 식당 모퉁이 곳곳에는 타다 만 연필조각.머릿줄.운동화.이불 조각들이 그대로 남아 당시의 참혹함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주민 김필화(金弼化.62.여)씨는 "관광객이 몰리던 궁평리 해안가에 씨랜드 사고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어졌다" 고 말했다.

참변을 당한 서울 문정동 소망유치원생 18명으로 구성된 '씨랜드 화재참사 희생유족회' (회장 高錫.38.회사원)가족들은 잠시도 악몽을 떨칠 수 없다.

또 다행히 살아 남은 어린이들과 희생자 가족들도 붉은색.빨간색 공포와 정서불안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 유족회원은 "우리 아이가 금방이라도 유치원에서 돌아와 '엄마'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 같다" 며 눈물을 흘렸다.

이와 관련, 건축 인허가 공무원과 건축사.업주 등 20여명이 구속되고 이들 대부분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됐다. 유족회측은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고 수사도 축소.왜곡됐다고 주장한다.

이 수련원 건물은 집단 수용시설로 사용할 수 없는, 컨테이너 박스를 그대로 겹쳐 올려 놓은 '성냥갑 건물' 이었다.

화성〓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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