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특허 전쟁… 지면 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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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특허청엔 지난 한햇동안 4백1건, 올 1분기에 1백43건의 유전자특허 출원이 몰렸다.

지난해 출원인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18건, 미국 듀폰사 6건, 일본 아지노모도사 10건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유전공학 연구소.기업들이 망라해 있다.

미국.일본 등 18개국 인체지놈 프로젝트 컨소시엄 연구팀이 인체 유전자정보를 밝혀내느라 여념이 없는 동안 벌써 물밑에선 유전자 특허 전쟁이 불붙은 것이다.

국내에 출원된 유전자 특허 건수는 외국이 63%로 단연 높다. 내용을 보면 외국 출원의 경우 대부분 원천 기술 등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주변기술, 즉 원천기술을 응용한 것이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 인체 유전자 정보를 대량으로 출원하고 있는 인사이트제약과 셀레라는 아직 우리나라에 출원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인사이트제약은 지난해말 현재 3백56건, 스미스클라인비첨 1백97건, 제넨테크 1백75건 등 유수의 생명공학 관련 기업들은 핵심 유전자기술에 대한 특허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다.

특허청 이성우 유전공학과장은 "국내에 원천기술 특허가 부족한 것은 지난 5년간 우리나라가 유전자 특허를 등한시한 결과" 라며 "앞으로 특허 전쟁에서 패배하면 의학.의약.농업 등 주요 산업에서 낙오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특허는 일반 특허와 마찬가지로 독점권을 갖는다. 그러나 부가가치는 일반 기술특허 등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 기술은 특허에 걸리면 다른 기술을 개발, 대체할 수 있지만 인체 유전자의 경우 같은 기능을 하는 유전자는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한번 독점은 '영원한 독점' 이라는 것.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재천 박사는 "특허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유전자 정보를 최대한 빨리 이용,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데 연구력을 집중해야 한다" 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유전자 특허 경쟁에서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는 이 유전자 기능 분야에 달려있다.

이번 지놈 프로젝트에서 공개할 유전자 정보는 대부분 특허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의 특허청들이 최근 지놈프로젝트 결과에 대해 '단순 유전자 정보의 나열' 이라며 특허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공짜 정보' 를 최대한 빨리 이용, 기능을 밝혀 내면 특허를 받을 수 있고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유전자 특허 출원경쟁은 갈수록 대량화 하고 있는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번 출원으로 더 많은 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자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휴먼지놈사이언시스사가 지난해 특허청에 출원한 특허는 A4용지 2천장 분량이다. 여기에는 유전자 서열이 9백82개나 들어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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