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독서 캠페인] 미국은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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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 시립도서관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이야기 시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부터 네댓살 또래의 어린이 30여명이 엄마.아빠의 품에 안기거나 무릎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도서관 사서 로라 레이너가 동화 속의 동물들 소리와 모습을 흉내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어린이들은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며 박자를 맞추거나 깡충깡충 뛰면서 사뭇 행복한 표정이다.

구연동화를 끝낸 레이너가 큼직한 종이에다 크레용으로 쓱쓱 그림을 그려가며 '원숭이 얼굴' 이라는 동화를 들려주자 까르르 웃음판이 벌어진다.

마지막 순서는 레이너의 막대인형 동작을 흉내내며 춤추고 노래 부르기다.

흥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아이들 손을 잡고 이야기방을 나선 부모들은 도서관이 제공하는 갖가지 여름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서를 낸 뒤 어린이 도서코너로 흩어진다.

"이제 다섯살 난 우리 딸 메이는 두살 때부터 이 도서관 이야기 프로그램의 단골입니다. 매주 한 차례씩 도서관에 와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은 뒤 읽고 싶은 책들을 빌려가지요. "

유아원 교사이기도 한 리사 스켈톤의 말이다. 그는 어릴 때 책과 가까워지는 것이 인지 및 정서 발달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새록새록 실감한다고 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미국에서 어린 아기들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앤아버시립도서관의 어린이.청소년 담당국장 조시 파커는 "세살부터 다섯살 사이에 어휘를 많이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생후 12개월 미만 아기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늘어나는 추세" 라고 전한다.

평생 책을 벗삼도록 도와주려는 노력은 초등학교에서도 계속된다.

앤아버의 대다수 초등학생들이 2학년을 마치기 전에 학급별로 도서관을 견학해 이야기방에서 스토리 타임을 즐긴 뒤 각자 도서대출증을 발급받게 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시립도서관 나들이는 이제 2학년 필수 과정처럼 돼 있다. 시립도서관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독서 토론.소리내어 책 읽기.음악회.마술시범.별자리 여행.애완동물 강좌 등 다양한 행사를 여는 것도 책을 사랑하는 미래 시민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다.

도서관은 독자적인 프로그램 외에도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과 공동으로 주제별 독서 프로그램을 수시로 마련한다.

매주 목요일 저녁 반재너블 서점에서 열리는 스토리 타임도 인기 있는 가족 나들이 코스다. 자녀와 이야기방을 찾는 아빠도 늘어 이제는 절반에 가깝다.

한편 각종 조기독서교육연구소와 독서운동 단체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시하며 독서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앤아버〓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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