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술·담배 소비세 의보재정에 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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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의약분업의 실시와 함께 오는 7월부터 우리나라 의료보험도 하나로 통합된다.

통합 의료보험의 성공은 전적으로 보험재정의 안정적인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이번 조치가 실패할 경우 국가적 손실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1998년 10월 지역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이 통합한 후 우리가 겪은 경험은 오히려 의료보험 통합시 보험재정이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란 우려를 낳게 한다.

우선 보험료의 전국적인 동시인상은 정부와 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것이므로 적기에 적정수준으로의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의약분업의 동시시행은 보험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직장의료보험과 지역, 공무원.교원보험조합이 통합하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직장의보조합으로 인해 국고지원의 최소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이미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의료보험마저 98년부터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준비적립금이 올해말까지 5천억원 수준으로 소진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즉 통합 의료보험 재정안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일반재정에서 국고지원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보험재정의 안정적 확충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의 모색이 시급하다.

차제에 정부와 여당은 건강에 해로운 모든 소비행위에 대해서는 보험재정의 일부를 부담시키는 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자동차 연료, 담배 및 술의 소비행위는 건강을 해치고 있다.

이로 인해 늘어나는 보험급여비는 건강한 삶의 행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교통세.담배소비세.주세에 부과하는 교육특별세를 '건강보험세' 로 대체해 보험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정부와 여당은 건강보험세의 부과 및 징수가 건강을 해치는 행위를 억제하는 강력한 경제유인책으로 작용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와 함께 보험재정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했으면 한다.

김병익 <성균관대 의료관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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