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박의 교과서를 덮어라] 2. 미국 유학 환상 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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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유학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의 '과외 해방'이다. 외국가면 공교육이 워낙 튼실해 아이들이 지긋지긋한 과외 족쇄에서 풀려나기 때문이란다. 어느 부모들은 한국에서 지출하는 과외비 정도면 유학을 보내도 남을 거라는 주먹셈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 과외 피하려다 미국 과외에 치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기유학으로 미 교육체제에 적응하려면 이중 삼중의 노력이 필요한데 스스로 학습하는 데 익숙지 못한 한국학생과 부모들은 먼저 '과외선생'부터 찾는다. 미국에서 마땅한 과외선생을 못 찾으면 방학 때 한국에서 과외를 받는다. 이 바람에 서울 강남 L학원은 방학 5개월 강의와 미 명문대 진학 컨설팅에 3000만원대를 요구한다고 한다.

한국 유학생들의 과외 타깃은 오로지 명문대 입학이다. 유명 학원과 과외선생을 찾아 '돈'과 '점수'를 바꾸려 한다. 미국에서 고등학생 시절부터 조기 유학생을 가르쳤던 내게 어느 조기유학생 부모는 이런 부탁을 했다. "음식물로 얘기하면 다 씹어줘서 학생이 삼키게만 해줘요. 애가 너무 (미국 교육을) 힘들어 해서요." 많은 유학생 부모의 요구는 언제나 똑같았다. 단기간에 성적을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 과외비가 한국 뺨친다. 대학 시절 로스앤젤레스에서 내가 가르쳤던 승철(15)은 과외비만 한달에 1000달러 정도(약 120만원)였다. 내게 받는 영어 및 수학 개인지도가 시간당 50달러(약 6만원), 미국인 교사의 사회과목과 에세이 지도비가 시간당 40달러(약 5만원)였다. 이 정도는 조기 유학생들의 '기본'이다. 이후 명문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프린스턴 리뷰 같은 SAT 전문과정에 들어가려면 한달에 500~1000달러가 든다.

이런 짭짤한 시장이 있으니 한국계 사설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길 수밖에 없다. LA.뉴욕.시카고.워싱턴 등지서 한국계 SAT 학원들이 '아이비 리그 예비학교' '하버드 아카데미'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1000개 이상이 성업 중이다. 여기에 교육열이 강한 중국.인도.히스패닉 등 소수계 학생들까지 몰리면서 미국 주류 사회도 경계의 눈으로 지켜볼 정도다. 일부 미 유명 사립대에서는 한국 등 아시아계 유학생 평가 때 '과외(학원) 프리미엄'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단다. '점수벌레'들에게 자칫 미국 학생들이 불리한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니 조기 유학에 앞서, 한국 학생들이 어렵게 들어간 미 명문대에서 적잖게 중도 탈락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 과외비도 만만치 않지만 설사 한국에서처럼 선생님이 떠먹여준 방식으로 공부해 점수를 따고(심지어는 에세이까지 남이 써준 것으로) 명문대에 입학하더라도 결코 미국 학생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왜일까? 영어가 모자라서인가? 아니다. 그간 한국 학생들이 과외 등을 통해 점수 올리는 테크닉과 요령.지름길만 수동적으로 익힌 탓에 자기 스스로 '지식의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과외를 피하려는 목적만으로 떠나는 조기유학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울 것을 권하고 싶은 이유다.

blog.empas.com/wopark 조기 유학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의 '과외 해방'이다. 외국가면 공교육이 워낙 튼실해 아이들이 지긋지긋한 과외 족쇄에서 풀려나기 때문이란다. 어느 부모들은 한국에서 지출하는 과외비 정도면 유학을 보내도 남을 거라는 주먹셈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 과외 피하려다 미국 과외에 치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기유학으로 미 교육체제에 적응하려면 이중 삼중의 노력이 필요한데 스스로 학습하는 데 익숙지 못한 한국학생과 부모들은 먼저 '과외선생'부터 찾는다. 미국에서 마땅한 과외선생을 못 찾으면 방학 때 한국에서 과외를 받는다. 이 바람에 서울 강남 L학원은 방학 5개월 강의와 미 명문대 진학 컨설팅에 3000만원대를 요구한다고 한다.

한국 유학생들의 과외 타깃은 오로지 명문대 입학이다. 유명 학원과 과외선생을 찾아 '돈'과 '점수'를 바꾸려 한다. 미국에서 고등학생 시절부터 조기 유학생을 가르쳤던 내게 어느 조기유학생 부모는 이런 부탁을 했다. "음식물로 얘기하면 다 씹어줘서 학생이 삼키게만 해줘요. 애가 너무 (미국 교육을) 힘들어 해서요." 많은 유학생 부모의 요구는 언제나 똑같았다. 단기간에 성적을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 과외비가 한국 뺨친다. 대학 시절 로스앤젤레스에서 내가 가르쳤던 승철(15)은 과외비만 한달에 1000달러 정도(약 120만원)였다. 내게 받는 영어 및 수학 개인지도가 시간당 50달러(약 6만원), 미국인 교사의 사회과목과 에세이 지도비가 시간당 40달러(약 5만원)였다. 이 정도는 조기 유학생들의 '기본'이다. 이후 명문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프린스턴 리뷰 같은 SAT 전문과정에 들어가려면 한달에 500~1000달러가 든다.

이런 짭짤한 시장이 있으니 한국계 사설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길 수밖에 없다. LA.뉴욕.시카고.워싱턴 등지서 한국계 SAT 학원들이 '아이비 리그 예비학교' '하버드 아카데미'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1000개 이상이 성업 중이다. 여기에 교육열이 강한 중국.인도.히스패닉 등 소수계 학생들까지 몰리면서 미국 주류 사회도 경계의 눈으로 지켜볼 정도다. 일부 미 유명 사립대에서는 한국 등 아시아계 유학생 평가 때 '과외(학원) 프리미엄'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단다. '점수벌레'들에게 자칫 미국 학생들이 불리한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니 조기 유학에 앞서, 한국 학생들이 어렵게 들어간 미 명문대에서 적잖게 중도 탈락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 과외비도 만만치 않지만 설사 한국에서처럼 선생님이 떠먹여준 방식으로 공부해 점수를 따고(심지어는 에세이까지 남이 써준 것으로) 명문대에 입학하더라도 결코 미국 학생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왜일까? 영어가 모자라서인가? 아니다. 그간 한국 학생들이 과외 등을 통해 점수 올리는 테크닉과 요령.지름길만 수동적으로 익힌 탓에 자기 스스로 '지식의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과외를 피하려는 목적만으로 떠나는 조기유학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울 것을 권하고 싶은 이유다.

(blog.empas.com/w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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