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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료대란은 끝났지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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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 1주일 동안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과 불편을 안겨줬던 의료대란이 여야 영수간의 약사법 조기개정 합의로 끝나게 돼 다행이다.

의료계 반발에 대해 의약분업 '선 시행' 과 '선 보완' 으로 해법에 커다란 의견차를 보여왔던 여야가 7월 임시국회 중 약사법 개정이라는 절충점을 찾아 사태해결의 돌파구를 제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여야는 그동안 집단 이해가 첨예한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편이 갈려 사태를 악화하는 예가 적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오랜만에 정치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사태는 철저한 준비과정이 선행되지 않는 정부의 정책집행이 얼마나 큰 국가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또 집단의 입장만 내세운 행동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안겨주는지도 보여주었다.

병원 문을 다시 여는 것만으로 사태가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들을 조정하고 보완할 일이 지금부터다.

의사들은 승리감에 도취될 때가 아니다. 환자생명을 볼모로 극한투쟁을 벌인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반성해야 한다. 의사는 어떤 명분으로도 버려서는 안될 최소한의 직업윤리가 있다는 것을 의료계도 이번 사태를 통해 재확인했을 줄 믿는다.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자성과 다짐이 있기를 바란다.

여야가 약사법 조기 개정에 합의하자 약계는 대통령의 면담요청도 거부한 채 의약분업 불참과 분업 준비비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방침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약사법 관련조항의 개정은 엄격히 말해 약사들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의 39조 2호가 삭제된다고 해서 약사들이 일반약품을 한가지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약품 포장단위의 변경 등으로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약사들이 의약분업 시행 자체를 걸고 투쟁에 나선다면 의약분업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의.약간의 감정싸움만 촉발할 뿐이다. 약계는 의사들의 폐업 철회를 촉구하면서 문제가 있다면 시행 후 개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야 합의가 그 시기를 조금 당겼을 뿐이다.

의사들의 비협조와 폐업으로 의약분업은 시행되더라도 파행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의사와 약사들은 국민 불편이 최소화하도록 지금부터라도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잘 살펴 의약분업 준비와 약사법 개정에도 혼선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의사 폐업의 돌파구가 정치적으로 마련됐지만 앞으로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해서는 안된다. 약사법 개정에는 의료계.약계.국민.정부간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후에도 제도를 보완.정비하겠다는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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